2024년 4월 27일(토)

지난 5月 말라리아로 사망한 코이카 단원… 해외 봉사단은 안전한가

탄자니아서… 질병으로 사망한 첫 사례 봉사자들, 약 처방받으면 안전하다 생각
한국, 매년 4000여명씩 개도국에 파견전문가들 “기능별 전문가 확충해야”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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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국민 안전망’이 화두로 떠오른 지금, 또 하나의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21일(현지 시각),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파견된 한국국제협력단(이하 코이카) 봉사단원 A(34)씨가 말라리아에 걸려 목숨을 잃은 것. 그는 지난해 9월 탄자니아 다레살람 국립경찰대학에 파견돼 태권도를 가르쳐온 태권도 유단자였다. 지난달 18일 뎅기열 증세를 보인 그는 이틀 뒤 현지 병원에 입원해 말라리아 확진을 받았으나, 합병증으로 병세가 악화돼 21일 결국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낙뢰 등 불의의 사고는 있었어도 이처럼 질병으로 봉사단원이 사망한 사례는 처음이라, 코이카 봉사단원의 안전 체계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질병으로 봉사단원 사망 사례 최초

“아직도 탄자니아엔 단원이 약 70명 있습니다. 또 이런 일이 벌어질까 두렵습니다.”

지난달 28일, 분당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A씨의 빈소를 찾은 청년들은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모두 아시아, 아프리카 등 개도국 봉사를 다녀온 이들이었다. 실제로 말라리아에 걸려 고생했던 청년도 상당수였다. 이들은 “말라리아는 증세를 보이는 즉시 현지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으면 최악의 상황만큼은 피할 수 있다고 알고 있었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최근 탄자니아에서 봉사하고 돌아온 한 NGO 실무자는 “아프리카로 떠나는 후배들에게 ‘2년간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는 봉사자가 80%고, 말라리아에 걸려도 바로 약을 처방하면 안전하니 걱정 말고 좋은 경험 쌓고 오라’는 조언을 하곤 했다”면서 “안전 매뉴얼을 점검,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에 코이카 현지 사무소의 대응이 늦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코이카 관계자는 “뎅기열 증세를 보여 사무소에서 병원에 가보길 권유했는데, 처음에 현지 병원에서 말라리아가 아니라고 진단해 A씨도 집에서 쉬겠다고 했고, 증세가 심해져 입원을 권유했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면서 “코이카 봉사단원들은 24시간 의료인과 상담할 수 있는 SOS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최근 5년간 한국 정부가 파견한 해외봉사단원(월드프렌즈코리아 통합봉사단·이하 WFK)은 1만2808명. 매년 4000여명의 봉사단원이 개도국에 파견돼 2년간 교육·보건·IT 등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2014년 3월 기준·KOICA 통계). 반면, 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관리요원은 전체 29개국 72명에 불과하다(2013년 10월 기준). 관리요원 1명당 봉사단원 19.8명을 담당하는 것이다. 미국 평화봉사단(Peace Corps)의 관리요원 1명이 담당하는 봉사단원 수가 2.6명, 일본 자이카(JICA)가 14.8명인 것과 대조된다. 실제로 최근 5년간 해외에 파견한 봉사단원들의 사건·사고·질병 발생 건수는 총 201건으로, 2008년 26건에서 2012년 52건으로 배 이상 늘었다(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이에 전문가들은 “관리요원이 포괄적으로 봉사단원을 관리하기보다는 질병 관련 건강전문관리요원, 치안 전문 안전관리요원, 심리상담요원 등 기능별 전문가를 확충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능별 안전 전문가 확충 필요

비상연락망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말라리아 증상을 고려할 때 적어도 3일에 한 번씩 건강·안전을 체크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1시간이면 지역별 비상연락을 통한 안전확인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코이카의 지난해 긴급 비상연락망 점검은 4차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이카가 그동안 봉사단원의 안전보다 홍보에 치중했다는 지적도 있다. 2012년 코이카의 해외봉사단 지원예산을 살펴보면 안전·질병 관리 예산 배정액은 총 9억7000만원으로 그중 약 69%인 6억7000만원만 집행했다. 반면, 해외봉사단 홍보 관련 예산 배정액은 총 8억8000만원으로 코이카는 그의 152%에 달하는 13억4000만원을 집행했다(황진하 새누리당 의원실). 이에 대해 코이카 관계자는 “2014년 안전관리 예산으로 62억2100만원을 편성했고, 작년부터는 현지에 안전관리 요원을 12개국가에 12명 배치했다”면서 “봉사단원 안전을 위해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더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윤장용 사단법인 한국해외봉사단원연합회(이하 KOVA) 이사장은 “말라리아 예방약은 간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복용을 강제할 순 없지만, 비상연락을 의무화해 건강·안전 체크를 상시 진행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안타까운 상황이 더 이상 재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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