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사회혁신발언대] 대규모 재난 앞에 해야 할 일과 해선 안 되는 일

조대식 KCOC 사무총장
조대식 KCOC 사무총장

형제 나라 튀르키예 남동부에서 규모 7.8의 대지진이 발생한지 나흘째다. 튀르키예와 인근 시리아 양국의 희생자 수는 1만5000명을 훌쩍 넘기면서 지난 2015년 네팔 대지진 피해 규모를 넘어섰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사회는 발 빠르게 구호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12년 전 지진 피해지역인 시리아 인근의 전쟁터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아랍의 봄’으로 내전이 발발한 리비아에서 경험한 재난 현장의 모습은 지금도 떠올리고 싶지 않을 만큼 참혹했다. 이처럼 대규모의 재난을 돕기 위해서는 뜨거운 가슴이 중요하다. 그러나 마음만으로 현장에 뛰어들면 도움이 되기보다 오히려 구호 활동에 방해될 수도 있다. 뜨거운 가슴과 함께 갖추어야 할 차가운 머리에 대해 생각해본다.

첫째, 지진과 같은 재난 현장에는 여진이 지속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장에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전문적으로 훈련되지 않은 채 단순히 선한 의지만으로는 도움은커녕 오히려 현장에서 혼선만 일으킬 수 있다. 재난 현장 자체의 위험성과 민감성이 있기에 현장에는 오랜 기간 훈련된 전문가가 투입돼야 한다. 아무나 갈 수 있는 곳도 아니고, 억지로 가서도 안 되는 곳이다.

둘째, 해외 재난은 국내 재난과 대응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단지 장소와 물리적 거리의 차이가 아니다. 국제적인 대형 재난의 경우 국내외 기관들이 참여하는 매우 복잡한 조정 체계에 따라 진행된다. 현지 정부뿐 아니라 UN과 국제 NGO, 현지 민간기관 등 다양한 대응 기관이 존재하기 때문에 국제적인 공조와 조정 체계에 대한 이해 없이 대응할 경우 오히려 국제적인 민폐를 끼칠 수 있다.

셋째, 과거 해외 재난 시 민간단체들은 정부보다 더 큰 규모의 재정과 인력으로 활동해 왔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대부분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 예를 들어 2010년 아이티 지진과 2015년 네팔 지진 때에도 민간단체가 정부보다 두 세배 큰 규모의 지원을 했을 뿐 아니라, 이후에 이후 재건복구를 위한 지속적인 개발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활동의 동력은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에 소속된 140여 개 단체들을 후원하는 440만명의 후원자들의 힘에서 나오는 것이다.

넷째, 한국에 있는 민간기구 중에는 국내 재난에 집중하는 곳과 국제적 재난에 집중하는 기관이 있다. 한국에서 해외 재난 발생 시 인도적 지원과 구호 활동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들의 연합체는 KCOC다. KCOC의 회원단체는 이번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원을 위해 일차적으로 400만달러(약 50억원) 규모의 지원 활동을 할 예정이다. 앞으로 회원 단체들의 지원 규모는 1000만달러(약 126억 원)을 상회할 것 예상된다.

KCOC는 2002년 아프가니스탄 내전부터 2022년 파키스탄 홍수까지 대규모 해외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민간단체의 조정플랫폼 역할을 수행했다. 동시에 정부의 협력 파트너로서 역할도 하고 있다. 아울러 2008년부터 해외 재난대응 활동에 필요한 지침과 전문교육을 제공해 왔다. 현재 440만명의 후원자와 함께 140여 개 단체를 이루고, 약 1만명의 상근 직원이 활동하고 있다.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연간 약 7000억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과 구호 개발 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은 따뜻한 마음을 모아, 재난 대응 전문가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할 때다.

조대식 KCOC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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