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개도국 초등학교까지 파고드는 소셜임팩트… “민관 파트너십 총동원”

GEEF 2023 ‘소셜임팩트’ 세션 개최
개도국 진출 스타트업의 사업 성공에
공공기관·NGO·임팩트투자사 파트너십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 ‘에누마스쿨’을 출시했고 1년간 230여 학교에서 1만3000명 정도의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개별 스타트업이 혼자 이뤄낼 수는 없는 성과입니다. 10명 남짓 되는 지사 인력으로 인도네시아 전국에 교육 서비스를 할 수 있었던 건 NGO, 공공기관, 투자자, 현지 정부 등과 함께한 다양한 파트너십 덕분입니다.”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진행된 ‘제5회 글로벌지속가능발전 포럼(GEEF 2023)’에서 ‘SDGs의 소셜임팩트를 추구하기 위한 혁신과 기술 발전’이라는 주제로 세션이 열렸다. /GEEF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진행된 ‘제5회 글로벌지속가능발전 포럼(GEEF 2023)’에서 ‘SDGs의 소셜임팩트를 추구하기 위한 혁신과 기술 발전’이라는 주제로 세션이 열렸다. /GEEF

지난 3일 ‘제5회 글로벌지속가능발전 포럼(GEEF 2023)’에 참석한 김현주 에누마 임팩트파트너십 디렉터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개발도상국의 교육 격차를 줄이는 디지털 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할 땐 코이카의 지원이 있었고, 현지 보급 활동을 할 때는 굿네이버스의 현지 네트워크 도움을 받았고, 투자자들의 지지도 큰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GEEF 둘째 날에 진행된 ‘SDGs의 소셜임팩트를 추구하기 위한 혁신과 기술 발전’ 세션에서는 국제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NGO·스타트업·임팩트투자사 등의 파트너십 사례를 소개했다. 이번 세션에는 이상백 코이카 기업협력실장, 김현주 에누마 임팩트파트너십 디렉터, 김성도 법무법인 미션 미국변호사, 김영경 D3쥬빌리파트너스 상무, 이훈상 국제보건기술연구기금 전략기획이사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모더레이터는 김선 굿네이버스 국제사업본부장이 맡았다.

대표 사례로 ‘에누마’의 디지털 교육 사업이 소개됐다. 개발도상국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에누마의 여정에는 공공기관인 코이카와 투자자인 D3쥬빌리파트너스가 함께 했다.

“탄자니아의 가난한 마을에 사는 한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 앉아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이 아이는 1부터 10까지 숫자 세는 법을 배우지 못한 상태로 학교에 왔습니다. 2학년 교과 과정인 덧셈과 뺄셈을 배울 준비가 안 된 거죠. 국제사회 지원으로 교육 접근권은 빠르게 확산했지만 사실 교실에 있는 아이들이 자기 수준에 맞는 학습을 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러한 교육 현장의 미스매치를 해결하는 게 바로 디지털 기술입니다.”

김현주 디렉터는 “프로그램 개발 과정은 코이카의 CTS와 함께 했고, 현장에서는 굿네이버스 현지 사무소의 도움을 받아 54개국 329개 교육 기관에 보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3년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한 디지털 수학 학습 애플리케이션 ‘토도수학’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10년만에 1200만건을 넘어섰다. 교사와 부모의 도움 없이도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상백 실장은 “코이카에서는 2010년부터 민간과 협력 사업을 시작했고 지금은 1년에 100개 정도의 사업을 운영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라며 “에누마는 CTS라는 지원 사업에 선정돼 시드1, 시드2를 거쳤고, IBS(포용적 비즈니스 프로그램)를 통해 2026년까지 사업을 지원한다”고 했다.

이들의 행보에는 투자자의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김영경 상무는 “초기 투자할 때는 자폐 아동과 같은 학습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사업을 벌였는데, 규모가 커지면서 전 세계 아동 교육의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 사업을 펼치게 됐다”라며 “시드 투자를 포함해 지금까지 3번이나 투자금을 넣을 정도로 소셜임팩트와 수익률 모두 챙길 수 있는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여러 데스밸리를 넘기면서 여기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고, 기업공개(IPO)를 향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타트업 전문 로펌인 법무법인 미션의 김성도 변호사는 “소셜임팩트가 분명한 사업이라도 국경을 넘어 펼치려면 여러 장벽을 뛰어넘어야 한다”라며 “세부적으로 따지면 분야별로 차이가 큰 데, 특히 보건 분야는 개별 기업이 해결하기 어려울 정도의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 분야에서 의료기기를 하나 보급하려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는지, 아니면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을 받았는지를 따집니다. 또다른 문제는 특허인데, 특허권은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등록 국가 내에서만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해외에 무리하게 진출했다가 ‘카피캣(복제품)’이 나올 수 있고, 결국 지속가능하지 않게 되죠. 파트너십을 통해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법률 이슈도 따져야 합니다.”

김 변호사는 말라리아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노을’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공중보건의 특성상 공공 입찰을 통해 보급해야 하는데, 노을은 말라리아 퇴치 사업 예산이 가장 많은 미국을 공략해야 했다”라며 “그런데 미국 공공조달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미국 법인이거나 미국 지사에서 생산한 제품이어야 한다는 제도적 장벽이 있었고, 노을은 미국 진출 전에 이 문제를 확인하고 현지에 지사를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개도국에서 사회적 가치와 비즈니스 성과를 동시에 만들기란 쉽지 않다. 특히 WHO PQ 등을 통해 국제적인 공공조달을 통해 글로벌 보건분야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기술 자체의 연구와 개발에 투자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국제보건기술연구기금(라이트재단)과 같은 기관에서는 백신과 치료제, 진단기기 연구·개발 과정에 투자하고 있다. 이훈상 이사는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글로벌 공공조달 시장에 있어서도 적정 수준의 의료적 기준에 부합한 제품을 만들어 내야 중저소득 국가의 보건 형평성에도 기여하고 비즈니스 성과 또한 창출할 수 있다”라며 “문제는 이를 위해 많은 연구개발비가 필요하다는 점이고, 이러한 제품이 국가 의료체계에 대규모로 적용되고 궁극적으로 보건증진의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지원과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경 상무는 “소셜임팩트에 동의하는 기관이 최근 몇 년새 크게 늘었다는 걸 체감한다”라며 “특히 ESG 열풍 덕분에 대기업을 포함한 여러 기관에서 ‘임팩트’에 대한 이해도 많이 높아졌다”고 했다. 김현주 디렉터는 “임팩트를 발생시키려면 반드시 쓸 수 밖에 없는 기술을 만들어야 하고 현지에서 활용할 수 있게 역량 교육도 해야 한다”라며 “이러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으려면 결국 기업이나 정부, NGO 등 여러 축의 협력 관계가 필수”라고 했다.

이상백 실장은 “원조 기관과 NGO, 임팩트투자사들은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술을 갖고 있는 조직에 투자하고 지원하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다”라며 “사회변화와 혁신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아직 기회가 많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문일요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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