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동료들의 전화 통화, 타이핑 소리가 이어진다. 학교에서 부당한 처분을 받은 발달장애 학생에 대한 구제 사건, 외국인보호소에 수 개월째 구금된 난민에 관한 사건, 북송된 어머니와의 친생자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탈북민 자녀 사건…. ‘공익변호사’들은 소송의 결과를 예측하지 않는다.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 뿐이다. 이런 간절함으로 재판을 하고, 서면을 쓰고 관계자를 설득하는 노력들이 사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비영리의 활동가, 연구자들도 마찬가지다. 성폭력 피해를 당한 여성을 상담하고, 구제받을 길을 함께 찾고,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기획하는 일은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에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된다. 문제는 이들에 대한 인건비가 사업비가 아닌 단순 운영비로 치부돼 법적 규제 대상이 되곤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도 같은 경우였다. 주무관청은 ‘공익법인의 상근임직원의 인건비는 운용소득의 20% 이내로 제한되어야 한다’는 내부 기준을 이유로 들며 독립운동가와 친일 역사를 규명하는 공익사단법인의 연구자 직원 정수 승인을 거부했다. 연구원 인건비 지급을 위한 기부회원들의 기부금 사용도 동결시켜 기부금이 쌓여 있음에도 임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 수개월째 이어졌다. 결국 연구자들은 소속을 바꿀 수밖에 없었고 수십 년간의 쌓아온 연구소의 연구 기능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공익법인은 주무관청을 설득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였으나 소용이 없었다. 결국 처분을 다투는 행정 소송을 진행했고, 1년여 기간을 다툰 끝에 지난 12월 법원은 공익법인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주무관청의 상근임직원 정수승인신청 반려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이 확정된 것이다.
주무관청은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 기준에 따라 처분한 것이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처분의 적법 여부는 내부 기준에 적합한 것인가 여부에 따라 판단할 것이 아니라 법 규정 및 그 취지에 적합한 것인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함을 분명히 하였다. 서울행정법원은 ‘원고와 같은 학술연구단체는 인건비가 사업수행비용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고, 연구자들은 원고의 목적사업인 학술에 관한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데 필요불가결한 인력이며, 기부금으로 연구자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하는 것은 원고의 공익목적 사업 자체에 직접 사용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피고의 반려처분으로 원고의 사적자치 또는 자율적인 법인 운영이 지나치게 제한되고, 공익상 필요에 비해 원고의 불이익이 과도하다’고 하여 주무관청의 위법한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21구합68551 사건).
이번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공익단체의 인건비 사용에 관한 해석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비영리 단체에 대한 인건비 규제가 강화되고 있고, 보조금과 기부금 사용 시 활동가의 인건비를 ‘사업비’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한 이슈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법원이 공익법인의 인건비를 사업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목적사업 수행을 위한 인건비가 기부금품모집법상 모집비용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대법원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위 판결이 의미있는 선례가 되길 기대한다.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