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국내 첫 자립준비청년 박람회… 주거 지원부터 멘토링 연결까지

“대부분의 자립준비청년들은 자립 지원금 몇백만원을 쥐고 사회로 떠밀려 나오지만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연락할 사람도 마땅치 않습니다. 자립 지원 정보를 공유하는 단체 카톡방이 있지만, 공고를 확인하고 절차를 밟는 것도 쉽지 않아요. 또 경제적 지원에 비해 정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기는 더 어려운 상황입니다.”(20대 자립준비청년 임혜림씨)

국내 첫 자립준비청년 박람회 ‘무브 온(move on)’이 지난 28일 열렸다. 아동양육시설, 가정위탁 등에서 벗어나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박람회 형식의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화재보험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국내 첫 자립준비청년 박람회 '무브 온(move on)'에는 자립준비청년 200여 명을 비롯해 지원 단체 관계자 등 총 300명이 참여했다. /데일리창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화재보험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국내 첫 자립준비청년 박람회 ‘무브 온(move on)’에는 자립준비청년 200여 명을 비롯해 지원 단체 관계자 등 총 300명이 참여했다. /데일리창

이번 행사는 자립준비청년과 지원 민간 단체를 연결하기 위해 한국고아사랑협회와 미국의 비영리단체 LBTO(Love Beyond the Orphanage), 미주 한국입양홍보회(MPAK-USA)가 함께 마련했다. 이랜드재단과 사단법인 야나가 후원했다. 스티브 모리슨 미주 한국입양홍보회장은 “보육시설을 떠나 사회인으로 자리를 이전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박람회 이름이기도 한 ‘무브 온’은 한 자리에서 다른 자리로 이전하는 것을 뜻하는데, ‘무브 온’에 많은 사람이 동참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날 박람회는 서울 여의도 한국화재보험협회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추운 날씨에도 자립준비청년 200여 명을 비롯해 지원 단체 관계자 등 총 300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홀로서기에 나서는 청년들을 위한 4개의 강연도 준비됐다. 자기 계발의 중요성을 주제로 이성남 한국고아사랑협회 대표가 연단에 먼저 올랐다. 이 대표는 “나만의 멘토를 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이후 누군가의 멘토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운영 금융과행복네트워크 대표는 ‘돈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금융 지식을 전달했고, 자립준비청년 대상 주거 지원 사업을 하는 선한울타리의 최상규 대표는 ‘좋은 집 구하는 방법’에 대해 안내했다. 한미미 세계YWCA 부회장은 ‘연애와 결혼’을 주제로 강연했다.

28일 열린 자립준비청년 박람회 '무브 온(move on)'에서 정운영 금융과행복네트워크 대표가 ‘돈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금융 지식을 전하는 강연을 진행했다. /데일리창
28일 열린 자립준비청년 박람회 ‘무브 온(move on)’에서 정운영 금융과행복네트워크 대표가 ‘돈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금융 지식을 전하는 강연을 진행했다. /데일리창

매년 사회로 나오는 자립준비청년은 약 2000명이다. 올해는 1700명이 시설 퇴소를 앞두고 있다. 정부에서는 지난 6월부터 아동양육시설을 나와야 하는 보호 종료 시점을 만 18세에서 만 24세까지 연기할 수 있도록 했고, 올해부터 자립지원금을 월 40만원으로 인상했다. 정부의 지원책이 강화되고 있지만 경제적 지원만큼 심리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지난 2016년 보호종료된 임혜림(26)씨는 “시설을 퇴소하면 뿔뿔이 흩어지는 청년들을 민간 차원에서 한자리에 모은 게 처음인데, 강연도 다양하고 볼거리도 많았다”라며 “20대 사회초년생이라면 누구나 겪을 어려움이 있지만 네트워크나 멘토가 없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는 정서적 지원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지원 단체들이 차린 부스에서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날 박람회에 부스를 차린 단체는 총 12곳이다. ▲LBTO ▲고아권익연대 ▲공간치유드림 ▲금융과행복네트워크 ▲야나 ▲점프 ▲선한마음연합 ▲선한울타리 ▲위키코리아 ▲보라 ▲함께만드는세상 ▲홀트아동복지회 등이다.  이들은 주거, 멘토링, 자립프로그램, 정부·지자체 지원사업 연결, 사회적기업 채용 등 다양한 주제로 자립준비청년들과 상담했다. LBTO 관계자는 “자립 정보를 어디서 어떻게 얻어야 할지 모르는 청년들도 많고, 지원 단체들도 서로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박람회를 통해 한자리에 모일 필요가 있었다”라며 “국내에서 자립준비청년 지원 사업을 하는 민간 단체는 49곳으로 파악되는데, 단체 간의 교류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일요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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