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평등권 보장 강조하더니… 장애인 투표는 어떻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국동시지방선거 장애인 투표권 행사

“보조인의 도움을 받는 장애인 유권자는 보조인과 함께 기표대에 들어가 투표를 해야 하는데, 6월 지방선거에 사용될 신형 기표대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과 보조인이 함께 기표대에 들어가는 것이 어렵다.”

지난 16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6·4 전국 동시 지방선거 장애인 평등권 보장 시정 권고’ 내용의 일부다. 6·4 지방선거를 앞둔 가운데 장애인 단체들이 참정권 보장을 위한 개선 사항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꾸준히 요청하고 있지만, 선관위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이번 선거에 처음 도입되는 ‘신형 장애인용 기표대’ 논란이 대표적이다. 선관위는 지난 2월 26일 장애인 기표대 3만개를 제작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신형 모델을 공개했다. 그런데 공개된 기표대는 투표를 할 수 있는 탁자가 기표대 오른쪽에만 설치돼 있고, 보조인과 함께 들어가기에는 공간이 작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장애인 참정권 개선 요청을 두고 장애인 단체들과 선관위 사이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장애인 참정권 개선 요청을 두고 장애인 단체들과 선관위 사이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즉각 성명을 내고 선관위에 시정 요청을 했다. 선관위는 처음에는 기표대 설계를 수정할 수 없다고 답변했으나, 장애인 단체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 구제를 요청하고 서울행정법원에 임시 조치를 신청하자 3월 10일 기표대 정면에 탁자를 설치하고 책받침 형태의 임시 기표판도 준비하겠다는 대응책을 발표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여러 유형의 장애인 참여를 배제한 채 제작을 진행한 결과 나타난 부작용”이라고 비판했다.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남은 기간이 많지 않아 기표대를 새로 만드는 것은 무리지만, 다음 선거에서는 해당 부분을 적극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선관위의 ‘불통 행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2013년 1월, 진선미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8대 대선 당시 거동이 불편해 거주지 내 투표(거소 투표)가 실시된 장애인 거주 시설 및 요양병원 등에서 대리 투표 신청을 하거나 강압에 의해 투표를 한 사례가 29건에 달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에 장애인 단체들은 시설 내 참관인 배정 의무화를 요청했지만, 선관위의 답변은 “위원회에서 시설을 방문하거나 공문을 발송해 대리 투표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다”였다.

이에 장애인 단체들은 “중증·발달 장애인의 소중한 의사가 지켜질 수 있도록 선관위에서 장애인 참정권 개선 요구를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선관위 관계자는 “2012년 이후 위원회에서도 최대한 많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의회에서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장애인 단체들의 요청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시스템을 갖추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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