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ODA, 스타트업을 만나다] “인도 교육 격차, 기술로 좁힐 수 있습니다”

[인터뷰] 판카즈 아가르왈 태그하이브 대표

인도의 학생은 2억6000만명에 달한다. 학생 수만 우리나라 인구의 5배다. 교육 환경은 열악하다. 대부분 공립학교 교실에는 인터넷과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다. 자연히 학업성취도도, 진학률도 낮다.

판카즈 아가르왈(40) 태그하이브 대표는 인도 교육 문제 해결에 출사표를 던졌다. 삼성전자에서 10년을 근무한 그는 사내벤처 프로그램 ‘C랩’에 선발되면서 에듀테크 스타트업 태그하이브를 창업했다. 이후 교사와 학생이 실시간으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 ‘클래스 사띠(Class Saathi)’를 개발했다. 지난해에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CTS 프로그램 SEED2 단계에 선정돼 2000개 교실에 제품을 공급, 10억원 수출을 달성했다. 인도 공교육 현장에 국내 에듀테크 스타트업이 기술력을 인정받아 제품을 공급하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태그하이브 사무실을 방문했다. 아가르왈 대표가 유창한 한국어로 취재팀을 반겼다.

판카즈 아가르왈 태그하이브 대표는 "기술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임팩트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판카즈 아가르왈 태그하이브 대표는 “기술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임팩트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진짜 기술’은 임팩트 내는 것

-인도도 한국 못지않게 교육열이 높다고 들었다.

“계층 간 격차가 심하다. 상위 5~10%는 부모는 교육에 관심이 높다. 나머지는 당장 밥벌이가 중요하니 교육에 신경쓸 여력이 없다. 그래서 많은 아이가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고, 결국 저임금 노동으로 빠진다. 교실 인프라 차이도 크다. 대부분 상류층은 사립학교에, 나머지는 공립학교에 다닌다. 공립학교가 전체 학교의 70% 정도다. 사립학교는 환경이 좋지만 공립학교는 전기나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곳이 부지기수다. 교사들은 학력이 낮고 의욕이 없다. 이런 학습 환경의 격차가 계층 격차를 확대한다.”

-정부의 조치는 없나.

“인도 정부도 공교육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0년 ‘인도국가교육정책(NEP-2020)’을 발표했다. 34년만에 나온 종합 정책이다. 2030년까지 교육 투자액을 국내총생산(GDP)의 6%까지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지금 기준으로 환산하면 1900억 달러(약 236조원) 정도 된다. 특히 디지털 역량 강화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클래스 사띠’가 학업성취도 향상에 어떻게 도움이 되나.

“작은 리모콘 형태의 ‘클리커’를 각 학생에게 나눠준다. 인터넷이나 전기가 필요 없다. 선생님 스마트폰 한 대만 있으면 연결해서 쓸 수 있다. 인도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기 때문에 교실에서 충분히 가능하다. 클리커에는 O·X, 1~5번 숫자 버튼이 있다. 선생님이 퀴즈를 내면 학생들이 클리커로 답을 선택한다. 교사는 학생들이 얼마나 이해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AI가 학생들 이해도를 바탕으로 적절한 연습문제도 추천해준다. 출석 확인, 숙제 관리도 가능하다. 자녀의 학습 현황은 학부모에게도 공유된다.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이 과정에서 출석, 학습 데이터가 자동으로 한 곳에 모인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학교별 성취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전 국가적으로 교육 질 향상에 매우 중요한 데이터다.”

-한국에서도 활용하고 있다고.

“그렇다. 한국에서도 적극적인 학생들만 매번 발표하지 않나. 나머지 소극적인 학생은 제대로 진도를 따라오고 있는지 선생님이 일일이 파악하기가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 임원선거, 모둠 발표 평가 등에도 활용한다. 교사의 일을 덜어주는 거다.”

-하필 인도의 공립학교를 주요 타겟으로 하는 이유는.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곳에 선풍기를 한 두대 더 설치하는 게 큰 의미가 있을까. 열악한 환경을 개선할 때 ‘기술의 맛’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 그것이 기술이 낼 수 있는 ‘진짜 임팩트’라고 생각한다. 기술은 삶을 더 낫게 해줘야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교실에서 '클래스 사띠'를 이용하는 인도 학생들. 클리커에는 O·X와 1~5번 숫자 버튼이 있다. /태그하이브
교실에서 ‘클래스 사띠’를 이용하는 인도 학생들. 클리커에는 O·X와 1~5번 숫자 버튼이 있다. /태그하이브

인도 교육 시장은 ‘블루오션’

아가르왈 대표는 올해로 한국생활 18년차다. 인도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인도에서 손꼽히는 명문대인 인도공과대학교(IIT)에 진학했다. 삼성전자 해외 인재로 영입돼 서울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하버드 MBA도 마쳤다. 최고 엘리트 코스를 밟던 그는 문득 “내가 지금까지 사회를 위해 한 일이 뭘까” 생각하게 됐다.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교육 문제 해결에 나서기로 했다. 2017년, 본격적으로 창업의 길로 뛰어들었다.

-한국에서 창업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한국이 좋다. 또 삼성전자 사내벤처로 시작했으니 자연스럽게 한국에서 자리를 잡게 됐다. 한국과 인도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한국은 AI 기술과 에듀테크 수준이 높다. 인도에는 시장이 있고, 한국에는 기술이 있다.”

-이번 CTS 프로그램의 유일한 외국인 대표다.

“그래서 어깨가 더 무겁다(웃음). ODA를 할 때 무조건 돈을 많이 준다고 효과를 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지역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하다. 외국인은 그 나라 사정을 잘 알고 있다. 물론 비즈니스 모델과 대표의 마인드도 중요하다. 당사자가 얼마나 잘 할 수 있는지, 잘 하고 싶어하는지 파악해서 ODA 분야에 외국인을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계획은.

“작년 초에 직원이 10명이었는데 지금 30명이다. 인원이 3배 늘었고 매출도 거의 10배 증가했다. 제품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졌다. 더 스케일업을 해야할 단계다. 앞으로 5년은 또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 인도 교육 시장은 포화상태가 아니라 시작하는 단계다. 경기에 대한 안 좋은 전망이 많지만, 교육은 경기 침체에도 놓을 수 없는 영역이다. 주변 상황과 관계 없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타이밍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는 토끼해다. 토끼처럼 빨리 뛰어서 많은 기회를 만들 것이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

[코이카x더나은미래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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