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카 CTS, 2015년부터 개도국서 93개 사업 추진
시범사업 넘어 현지화 지원하는 ‘SEED3’ 올해 신설
국내 스타트업 ‘파이퀀트’는 휴대용 수질 측정기를 개발하는 기술 기업이다. 분광(分光) 기술로 간이 정수도구로 거를 수 없는 균을 확인할 수 있다. 물 속 세균을 검출하는 수질 측정기는 이전에도 있었다. 문제는 값비싼 비용이다. 측정기 하나에 적게는 2000달러에서 10만달러까지 형성된 가격에 개발도상국에 보급하는 건 무리였다. 또 측정 결과를 확인하는데도 24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파이퀀트는 검출기 단가를 1000달러까지 낮추고, 측정 결과 시간도 3분 이내로 단축했다.
사회문제를 해결할 혁신 기술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세계 각국으로 보급되는 건 다른 문제였다. 해외 진출에는 현지 유관기관과 네트워크가 우선돼야 했고,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홍보할 수 있는 채널이 필요했다. 이러한 기술 스타트업의 개도국 진출 장벽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의 ‘CTS(혁신적 기술 프로그램)’를 통해 해결됐다. CTS는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나 기술을 공적개발원조(ODA)에 적용해 국제개발협력 사업의 효과를 높이는 프로젝트다.
파이퀀트는 2018년 CTS에 선정돼 기술개발 지원(SEED 1)을 받고, 지난해 시범사업 확장(SEED 2) 지원을 받아 개도국 진출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코이카는 해외 사무소를 통해 스타트업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글로벌 창업과 파일럿 사업 수행을 지원했다. 파이퀀트의 휴대용 수질 측정기로 현재까지 1500명이 도움받았고, 수질 측정에 필요한 비용은 약 15억원 절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성과가 쌓이자 자연스레 기업과 국제단체, 정부에서 연락이 왔다. 현재 삼성전자와 1차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인도 정부와 협약을 맺었다. 또 빌&멀린다게이츠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의 수질·위생 개선 부문 파트너로 선정돼 인도와 베트남에서 사업을 진행했다.
CTS는 지난 2015년 시작됐다. 지난 8년간 CTS를 통해 보건, 교육, 물, 에너지 등 분야에서 93개 사업을 발굴했다. 사업 초기만 하더라도 ODA 분야에서 스타트업이 성과를 내기는 어려웠다. ODA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선 큰 규모의 재정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코이카는 개도국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지만, 사업 구체화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에 주목했다. 이상백 코이카 개발협력사업실장은 “기존 프로젝트에서 소외됐던 스타트업의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개발협력 난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CTS 선정 기업으로는 케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기기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닷(dot)’, 디지털 학습도구로 저소득국가 아동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에누마(enuma)’ 등이 있다. 말라리아 진단키트를 개발하는 ‘노을’은 지난해 3월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또 몽골 현지 노동자들의 협동조합 형성을 지원하고 친환경 캐시미어 브랜드 ‘르 캐시미어(le cashmere)’를 운영하는 ‘케이오에이(K.O.A)’는 지난해 7월 코오롱FnC에 인수됐다.
코이카는 개도국에 진출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사업계획단계부터 사업규모확장(Scale-up)단계, 국제기구 연계까지 모두 지원한다.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스타트업에 SEED 0(예비혁신가 양성 및 사업모델 기획), SEED 1(기술개발), SEED 2(시범사업) 등으로 세분화된 솔루션을 제공한다. 기획 단계를 제외하고 기술개발과 시범사업의 지원금은 각각 3억원, 5억원이다.
그간 CTS를 통해 발굴된 혁신 솔루션은 지난 2021년 기준으로 53건이다. 해당 솔루션을 이용한 사람은 우간다, 케나 등 20개국 83만4393명에 이른다. 특히 정부나 국제기구에 등록된 공인인증 수는 226건으로 확인됐고, 외부 투자 유치액은 264억원에 달한다. 또 국내 일자리 937개를 창출했다.
올해는 CTS에 ‘SEED 3(임팩트 확장)’ 단계가 신설된다. 기술개발, 시범사업 단계를 넘어 국내외 기관과 협업해 현지에 비즈니스를 정착시키는 과정이다. 코이카는 임팩트 확장 단계를 통해 해외 진출 스타트업이 현지에 안정적으로 정착해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또 분야별, 지역별로 국내외 기관, 스타트업이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김혜원 코이카 개발협력사업실 과장은 “CTS를 통해 기존에는 거의 불가능했던 스타트업의 개도국 진출을 도왔다”며 “올해 CTS 확장으로 국내 기술 스타트업이 현지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분야별 협력을 통해 임팩트를 일으킬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
[코이카x더나은미래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