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대통령이 연말마다 챙기던 ‘나눔 행사’, 올해는 없었다

연말이면 대통령이 직접 챙기던 공식 기부행사가 올해는 수석급 인사의 성금 전달로 대체됐다. 역대 대통령들은 모금 단체 관계자나 기부자, 자원봉사자 등을 청와대로 초청해 나눔 문화 확산을 독려해왔다. 올해처럼 대통령이 연말 성금을 직접 내지 않고 대리인을 통해 전달한 건 이례적이다.

대통령실은 13일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말을 맞아 주요 나눔 단체 15곳에 성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달 초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국가안보실 차장 등은 각 단체에 방문해 대통령 성금과 메시지가 담긴 카드를 전달했다. 15개 단체는 굿네이버스, 대한적십자사, 바보의나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세이브더칠드런, 월드비전, 유니세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푸드뱅크 등이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6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을 찾아 전달한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의 카드. /사랑의열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6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회관을 찾아 성금과 함께 전달한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의 메시지 카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현장에서는 기부와 복지 부문이 현 정부의 업무 우선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려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모금 단체 관계자는 “이전 정권에서는 연말마다 우리 사회에 나눔의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공식 행사를 기획했다”며 “이는 정부 차원에서 기부의 의미를 강조하는 상징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임기 첫 해부터 대통령이 연말 행사를 직접 챙기지 않는 것을 보고 이전에 비해 기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기부 행사는 매년 12월 무렵 진행됐다. 다만 2015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참석하게 되면서 공식 행사가 취소됐다. 당시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정진엽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통령을 대신해 서울정부청사에서 성금 전달식을 열었다.

2009년 12월 16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광장에 설치된 구세군 자선냄비에 성금을 내고 구세군사관을 격려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2009년 12월 16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광장에 설치된 구세군 자선냄비에 성금을 내고 구세군사관을 격려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정부 때는 연말 기부 행사를 매년 다른 방식으로 진행했다. 임기 첫해였던 2008년에는 사랑의열매 관계자를 청와대에 초청해 성금을 전달했고, 이듬해에는 서울광장에서 거리 모금을 하는 구세군을 찾아 자선냄비에 직접 성금을 전달했다. 2010년에는 자원봉사자와 가족 200여 명을 청와대로 초대해 나눔문화를 실천한 봉사자들의 사연을 챙겨들었다. 2011년에는 사회복지분야 종사자와의 청와대 오찬을 마련해 소외계층 지원 방안, 사회복지 종사자 처우개선 등에 대한 의견을 직접 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매년 사랑의열매에 성금을 내는 행사를 청와대에서 진행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단체 관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공식 기부 행사를 열었다.

박춘자(가운데) 할머니가 지난해 청와대에서 열린 '2021 기부·나눔단체 청와대 초청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와 성금을 기부하고 있다. /뉴시스
박춘자(가운데) 할머니가 지난해 12월 청와대에서 열린 ‘2021 기부·나눔단체 청와대 초청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와 성금을 기부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 지난해 14개 주요 모금 단체 관계자와 홍보대사 등 30명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여기에는 사회에 귀감이 될 만한 고액 기부자도 포함됐다. 이날 초대받은 박춘자 할머니가 평생 김밥을 팔아 모은 6억5000만원을 기부한 사연은 언론에서 한동안 회자되기도 했다. 2018년과 2020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초청 행사를 마련했다. 2017년과 2019년에는 사랑의열매 관계자를 대표로 청와대로 초대해 성금 전달식을 가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일일이 단체에 방문할 수 없으니 대통령실 수석비서관들이 성금을 전하는 것이 성의를 표시하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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