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생물다양성 보존도 결국 사람에 투자해야… 풀뿌리 조직 발굴이 핵심”

[인터뷰] 스왑닐 차우다리 그라운드업아시아 대표

고조되는 기후위기에 생물다양성이 빠른 추세로 감소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이 최근 발표한 ‘지구생명보고서(Living Planet Report) 2022’에 따르면, 지난 반세기 동안 포유류·양서류·어류 등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군 규모는 평균 69% 감소했다. 개체군 감소의 주된 요인은 서식지 황폐와, 과도한 자원 이용, 침입종 등이다.

국제사회에서 ‘생물다양성’이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며 각국은 생물다양성 보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간은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특정 지역의 멸종위기 생물을 촘촘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인도 스타트업 ‘그라운드업아시아’는 민간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곳 중 하나다.

지난달 23일 만난 스왑닐 차우다리 그라운드업아시아 대표는 "생물다양성 보존은 결국 사람이 해결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멸종위기 생물의 서식지에서 활동하는 풀뿌리 조직과 협업해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제주=허재성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지난달 23일 만난 스왑닐 차우다리 그라운드업아시아 대표는 “생물다양성 보존은 결국 사람이 해결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멸종위기 생물의 서식지에서 활동하는 풀뿌리 조직과 협업해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제주=허재성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지난해 7월 설립된 그라운드업아시아는 인도·네팔 등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는 지역의 원주민 사회, 마을공동체, 로컬 NGO 등 풀뿌리 조직을 인큐베이팅하는 스타트업이다. 풀뿌리 조직이 지역의 자연경관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면서 생태계를 보존할 수 있도록 컨설팅과 자금, 인프라 등을 지원한다. 지난 10월23일 제주에서 열린 ‘2022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에 참석차 방한한 스왑닐 차우다리 그라운드업아시아(GroundUp Asia)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생태복원 전문가는 현지 사정 꿰고 있는 원주민

-그라운드업아시아를 간단히 소개한다면.

“생물다양성 보존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풀뿌리 조직들과 협업해 멸종위기에 처한 코뿔소·눈표범·철새 등 고위험 개체군을 보호한다. 보존 활동은 주로 네팔의 서부 히말라야 지역에서 이뤄진다. 히말라야는 생물유산이 풍부하지만, 보호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풀뿌리 조직을 인큐베이팅한다는 발상이 신선하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에 거주하는 원주민은 세계 인구의 5% 미만을 구성하지만, 전 세계 생물다양성의 80%를 보호하고 있다. 원주민들은 수세대에 걸쳐 지역 생태계를 보존하면서 그들만의 노하우를 터득했다. 일례로 원주민들은 임신한 코끼리를 위해서 어떤 환경이 조성돼야 하는지, 어떤 음식이 제공돼야 하는지 등을 알고 있다. 이러한 지식은 현지에 거주하고 활동하는 원주민, 로컬 조직만의 특수한 정보다. 그라운드업아시아는 인큐베이팅을 통해 풀뿌리 조직의 지식을 전문적으로 발전시키고, 그들에게 필요한 교육·기술·인프라·자본 등을 지원해 생태복원 활동을 공동으로 진행한다.”

-생태복원 활동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히말라야에 있는 습지를 예시로 들어보겠다. 히말라야 산맥을 구성하는 큰 습지들이 있는데, 이 습지에 사는 생물들은 부레옥잠 같은 침입종의 영향을 받는다. 부레옥잠은 물고기 생존에 필요한 수중 산소를 모두 빨아들이고, 다른 식물종이 자라지 못하게 자리를 차지한다. 그라운드업아시아는 원주민들과 함께 침입종의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수행했다. 우선 원주민들은 직접 습지에 가서 부레옥잠을 건져냈다. 그물망 필터도 습지 곳곳에 설치해 부레옥잠이 다른 영역으로 흘러가지 못하게 했다. 일종의 댐을 형성한 것이다.”

-그 결과가 궁금하다.

“안타깝게도 침입종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습지에 있는 모든 물을 의도적으로 빼냈다. 가뭄이 온 것처럼 말이다. 물이 다 빠지자 부레옥잠은 죽었고, 새로운 식물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새로운 식물종이 자라나는 것을 확인하고는 물을 다시 공급했다.”

-해결방식이 독특한데, 어떻게 고안해내는지?

“연구 데이터는 이미 문헌으로 다 공개돼 있다. 하지만 생물다양성 보존에 있어 이러한 데이터를 실제 현장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기존 연구를 현장에 적용해보는 새로운 시도를 한다.”

차우다리 대표가 그라운드업아시아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고 있다. /제주=허재성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생태복원 풀뿌리 조직과 투자자를 연결하다

그라운드업아시아는 프로젝트 생성 후 성과 측정 단계에서 펀딩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개체군이 있는 지역을 탐색하고, 지역이 선정되면 함께 일할 풀뿌리 조직들을 탐색한다. 그리고 그 조직들을 대상으로 3~6개월간 인큐베이팅을 시행하고, 비즈니스 모델과 생태복원 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해당 프로그램을 4~5년간 운영하면서 성과가 나오면 그때 투자자나 기부자를 모색하는 식이다. 현재 그라운드업아시아는 18개 풀뿌리 조직, 투자 기관, 공공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풀뿌리 조직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셈이다.

-펀딩 받는 시점을 프로젝트 초기가 아닌 성과 측정 단계로 설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투자자들은 임팩트가 분명한 사업에 돈을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라운드업아시아는 지난해 7월 설립 이후 1년간 787ha에 달하는 지역의 생태계를 복원했고, 철새·코뿔소 등 멸종위기에 처한 182종의 개체수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 1년간 유치한 투자금은 총 7만8000달러(약 1억400만원)다. 현재 논의 중인 투자건만 계산해봐도 그 규모는 50만달러(약 6억7000만원)에 이른다.”

-수익 구조가 궁금하다.

“풀뿌리 조직들은 그라운드업아시아의 인큐베이팅을 통해 해당 지역 생태계에 적합한 관광 상품, 로컬 푸드마켓 등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 관광 상품은 그 지역의 자연경관을 보러 오는 관광객들이 머물 수 있는 숙박 시설을 운영한다거나 지속가능한 투어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이다. 로컬 푸드마켓은 해당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특산물을 가공한 후 식음료로 제조하고,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사업 모델이다. 풀뿌리 조직들이 이러한 비즈니스로 수익을 내면 그라운드업아시아는 매출액의 3~7%를 컨설팅 비용으로 받는다.”

-생태복원활동은 비즈니스 운영과 동시에 진행되는건지?

“그렇다. 풀뿌리 조직의 비즈니스는 지역 생태계에 근간을 두고 있기 때문에 자연 보존 활동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관광 상품을 예로 들어보자면, 관광객들은 지역의 자연경관을 보러 오는데 자연 환경이 잘 보존돼 있지 않다면 관광객의 발길이 끊길 것이다. 그래서 풀뿌리 조직이 생태 환경을 복원할 수 있도록 자금, 인프라 등을 지원한다.”

-프로젝트 성과는 어떻게 측정하나?

“직관적으로 멸종위기종의 개체 수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원주민들은 관할 지역을 탐색하며 멸종위기에 처한 개체군의 수를 매달 파악한다. 이를 데이터시트에 기록해 놓으면 시간에 따라 어떤 종의 개체수가 얼마나 증가했는지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그라운드업아시아는 여성의 일자리와 급여 증가도 하나의 성과로 측정한다.”

-여성의 일자리가 생물다양성과 무슨 상관인가?

“여성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인도에서 여성은 한 가정을 책임지는 존재고, 자연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여성의 일자리를 늘리고 이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도법에 따르면, 어떤 단체를 구성할 때 최소 30%의 여성 참여율을 보장해야 한다. 그라운드업아시아는 여기서 더 나아가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그 구성원 100%를 여성으로 꾸리기도 한다.”

-생물다양성 보존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생물다양성 보존은 결국 사람이 해결해야 하는 일이다. 동전의 양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과 생물다양성은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커뮤니티를 통해 현지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해 궁극적으로 다양한 개체군이 넓은 지역에서 보호받으면서 살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제주=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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