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4일(수)

[해양수산 스타트업이 뜬다] “생태계 교란 어종 ‘배스’를 반려동물 식품으로… 창업 4년 만에 40배 성장”

[인터뷰] 서정남 밸리스 대표

“밸리스는 해양생태계 교란 어종으로 지정된 배스에 가치를 부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배스는 영양가가 무척 높은 어종이에요. 국내에 배스를 처음 들여올 때도 사업성이 있다는 이유였어요. 그런데 막상 번식을 많이해 문제가 됐죠. 해외에서 배스를 식용으로 먹어요. 한국만의 특수성 때문에 무작정 폐기되는 배스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삼은 거죠.”

해양생태계 교란 어종을 활용해 반려동물 식품을 만드는 스타트업 밸리스의 서정남(30)대표는 “해양생태계 교란종이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을 깨는 데서 사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반려동물생활연구소에서 서정남 밸리스 대표를 만났다. 그는 해양생태계 교란 어종인 배스를 활용해 반려동물 식품을 만든다. /유장훈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반려동물생활연구소에서 서정남 밸리스 대표를 만났다. 그는 해양생태계 교란 어종인 배스를 활용해 반려동물 식품을 만든다. /유장훈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지난 8일 찾은 서울 송파구 밸리스의 오프라인 매장 반려동물생활연구소에는 배스 추출물로 만든 다양한 반려동물 식품이 전시돼 있었다. 지난 2017년 창업한 밸리스는 지난해 기준 약 20억7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설립 당시 매출액(5200만원)과 비교하면 40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사업 주요 원료인 배스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무상으로 받기도 하지만, 주로 직접 어민들과 계약을 맺어 질 좋은 배스를 구매한다. ‘가치가 없다’고 여겨진 배스가 팔리면서 어민들의 소득도 증가했다. 창업 이후 밸리스에 배스를 팔아 어민들이 얻은 소득은 3억4000만원에 이른다.

-스타트업계에서 해양생태계는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분야입니다.

“저희도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어요. 초창기 멤버들 전공이 해양이랑은 거리가 멀었거든요.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이었죠. 그냥 버려지는 배스를 업사이클링하면 ‘진짜 사회에 좋은 일’도 할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업사이클링이란 말 자체도 생소했던 시기에, ‘뭔가 될 것 같다’라는 느낌으로 시작한 거였어요. 지금은 해양생태계나 배스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해서 다들 전문가가 됐죠.”

-전공 분야가 아닌데 연구개발이 힘들진 않았나요.

“정말 공부해야 하는 게 많았어요. 창업 멤버는 세 명인데요. 모두 서일대학교라는 전문대 출신이에요. 공동대표 맡고 계신 강민준 대표도 IT 전공이라 환경이나 해양생태계와 전혀 무관했죠. 그런데 대학교와 협력해서 연구개발을 하려면 전문가만큼 해당 분야를 알아야 하더라고요. 이제는 R&D 계획서 다 혼자서 쓸 정도로 전문가가 됐습니다.”

-처음엔 배스로 어묵을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배스를 활용한 비즈니스에 뛰어든 선배들이 있었는데요. 어묵이나 비료로 만드는 사업을 했습니다. 결론만 말씀드리면 단가가 안맞아서 실패했죠. 왜 사업이 안되는지 이유를 찾으려고 달랑 카메라 하나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녔어요. 인터넷 검색하면 나오는 배스 전문가들 찾아가서 인터뷰도 해보고요. 생태계 관련 협회 관련자들도 다 만나서 얘기를 나눴죠. 그때 알게 된 게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였어요.”

-순환 구조가 뭔가요.

“사업이 되려면 내가 잡는 단가보다 파는 단가가 비싸야 하는데, 생태계 교란 어종은 수요가 없고 공급만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러니까 아무리 잡아도 돈이 안 되죠. 그래서 계속 정부에서 배스를 돈을 들여서 사주거나 하지 않는 이상 ‘순환 구조’가 돌아가지 않는 거죠. 배스를 어묵이나 비료로 만들어도 수익이 날 만큼 수요도 없었고, 단가도 맞지 않았어요.”

-반려동물 식품으로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던가요?

“저희는 R&D에 엄청 집중했어요. 처음엔 어려웠죠. 배스를 가지고 와서 포를 떠 황태로 만들어서 팔아봤더니 역시나 사업이 안 되더라고요. 그다음에는 분말로 갈아서 만들어보고, 나중엔 배스에서 영양성분만 따로 추출하는 기술을 연구했어요. 부가가치를 만든 셈이죠.”

-매출이 늘면서 회사 규모도 커졌겠습니다.

“현재 정직원으로 15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사업이 아주 잘됐는데, 요즘 금리가 오르면서 스타트업계도 돈줄이 말랐어요. 그래서 직원들 모아놓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내년엔 금리가 올라서 우리 사업이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최대한 잘해볼 테니 같이 버텨보자’라고요. 아직까진 아무도 퇴직하지 않고 힘을 모으고 있어요.”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요?

“해외 시장에 진출해 제대로 성과를 내보고 싶어요. 사실 시도는 많이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특별한 성과가 나지 않았어요. 반려동물 식품도 ‘식품’이다 보니 통관 절차가 복잡하거든요. 바이어를 통해서 사업을 해야 수월한데, 갑자기 연락이 끊기는 등 변수가 많았습니다. 이제 코로나19 여파가 더 줄어들면 해외에선 그 나라에서 생태계 교란 어종으로 분류된 어류를 활용한 제품군을 만들 거에요.”

백지원 더나은미래 기자 100g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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