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짜인 줄 알았는 데… 라이선스 비용 폭탄 맞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폰트 사용 저작권

올해 1월 초, 국제구호개발 NGO인 A단체는 C법무법인으로부터 공문 한 통을 받았습니다. “홈페이지 상에 라이선스 등록이 안 된 서체가 사용되고 있으니, 정식으로 등록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별도의 조치가 없을 시 법적조치를 진행한다”는 내용도 붙어 있었습니다.

A단체 대외협력팀 P대리는 그 즉시 해당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홈페이지에는 문제가 된 ‘산돌서체'(㈜산돌커뮤니케이션), ‘한양서체'(㈜한양정보통신), ‘아시아서체'(㈜아시아소프트) 등이 조금씩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P대리는 “기부를 유도하기 위해 예쁜 ‘손글씨’체가 필요한데,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 같은 곳에서 네티즌들이 무료로 올린 걸 사용하기도 한다”며 “대학생 재능기부자가 웹 홍보물이나 배너 같은 걸 만들어주기도 하는데, 그런 데도 문제가 된 서체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P대리는 문제의 서체를 모두 내리고, ‘나눔글꼴’ 등 무료 서체로 교체했습니다. 단체 내 컴퓨터에 저장된 것들도 지웠습니다. “경위가 어떻든지 간에, 저작권 침해를 인정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P법무법인에서는, “지운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라이선스 계약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서체 패키지의 가격은 한 개당 100만원에 육박했습니다. P대리는 “소규모 비영리기관에서 패키지 5~6종을 구매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습니다.

올 초 C법무법인이 공문을 보낸 곳은 A단체를 포함, 비영리 기관 40군데 정도였습니다. 이 중 라이선스 등록을 한 단체는 서너 곳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제법 규모가 있는 곳들입니다. C법무법인 관계자는 “정식 공문을 보내기 전에 발견되면 수정 요청을 하기도 하지만 업무 특성상 그러긴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P대리는 공문 한 통을 더 받았습니다. “충분히 계도를 했는데도, 라이선스 등록이 이뤄지지 않았으니 부득이하게 2차 법률진행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번엔 P대리의 이름도 적혀 있었습니다. 겁이 덜컥 났습니다. 한편으로는 “패키지를 강매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들었다고 합니다.

P법무법인 측은 “그런 식의 무차별적인 영업을 했다면 저작권사는 모두 떼돈을 벌었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재단법인 동천의 양동수 상임변호사는 “정식으로 형사 절차에 들어가면 벌금형까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이용, 몇 배의 패키지 금액이나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여러 번 있었다”면서 “과정이 합리적인가를 떠나서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기 때문에 비영리단체들도 사전에 지식재산권에 대해 명확한 인식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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