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앞으로 다가온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에서 주요 의제로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피해에 대한 선진국의 보상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1995년부터 매년 열리는 당사국 총회의 주제는 개최국의 상황과 관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내달 6~11일 진행되는 이번 총회의 주최국인 이집트는 개도국에 대한 자금 지원 약속을 지키지 않는 선진국을 비판하면서 조속히 책임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 시각) 콩고 수도 킨샤사에서 열린 사전총회에 참석한 고위 인사들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들은 재난과 관련된 경제적 손실에 대한 보상을 추진하기를 희망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미나 모하메드 유엔 사무부총장은 사전총회 첫날 “현재 이용 가능한 재정은 개도국 국민이 직면한, 그리고 앞으로 직면할 재난 규모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액수”라며 “선진국들은 연간 1000억 달러 자금 지원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둘러싼 선진국과 개도국의 갈등은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 처음으로 선진국과 개도국이 각자 다른 수준의 책임을 갖는다는 ‘공통의 차별화된 책임’ 원칙이 합의됐다.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건 2007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COP13에서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으로 인한 개도국의 피해에 대해 처음으로 논의됐다. 2010년 멕시코 칸쿤에서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녹색기후기금(GCF)’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2020년까지 매년 1000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개도국의 기후변화대응을 지원한다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결국 2015년 파리협약에서는 신규 재원 목표 설정 시한을 2025년으로 연장했다. 또 1000억 달러 이상의 재원을 조성하는 목표를 2024년에 다시 확정하기로 했다. 논의의 진전은 여전히 더디다. 지난해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에서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의 반대로 손실과 피해를 보상하는 기금 문제는 논의에서 제외됐다.
개도국에 자금과 기술, 역량강화 등을 지원하기 위한 네트워크도 조직됐지만 제대로 기능 하지 못하는 상태다. 2013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COP19에서는 손실과 피해를 종합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는 ‘바르샤바 국제 메커니즘(WIM)’을 설립했다. COP25(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WIM의 일환으로 기술 지원을 위한 ‘산티아고네트워크’를 설립한 바 있다.
3일 사전총회에서 이브 바자바 콩고 환경·지속가능발전부 장관은 “선진국의 지속적인 약속 이행 실패가 당연한 일이 되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손실과 피해에 대해 주요 국가들이 얼마나 적극성을 가지고 참여하는지가 관건”이라며 “다만 기후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화가 줄었고,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져 논의 진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