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요즘 비영리단체는 인재사냥 중

스카우트 전쟁 벌이는 NPO들

국내 대형 NPO에서 일하던 김민영(가명·28)씨는 지난달 C단체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모금액, 조직 규모, 산하 기관 성격이 비슷해 ‘라이벌 단체’로 불리는 곳이었다. 복지사업을 확장하면서 급히 인력이 필요해진 C단체는 과거 해당 단체에서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을 했던 김씨를 떠올렸다. 신입을 채용해 키울 만큼 여유가 없는 데다가, 검증된 인재가 필요했기 때문. 이미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C단체 실무자들과 친분이 깊었던 그는 고민 끝에 이직했다. 김씨는 “아동 복지 현장 경험을 더 쌓기 위해 스카우트 제안을 받아들였다”면서 “NPO마다 경력자 찾기에 혈안이 된 느낌”이라고 귀띔했다.

미상_사진_비영리단체_면접자들_2014

최근 비영리단체 간의 ‘스카우트 전쟁’이 한창이다. 지난 5년간 국내 NPO들의 모금액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는 단체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월드비전·굿네이버스·어린이재단 등 국내 대형 NPO들의 전체 직원 수도 1000명을 넘어선 지 오래. 그동안 금기시됐던 라이벌 단체 간의 이직이 활발해진 이유다. 이에 당당히 공개 채용을 통해 라이벌 단체로 이직하는 실무자도 많아졌다. 평균 700억원을 모금하는 대형 NPO 홍보팀에서 일하던 직원은 올해 2월, 면접·필기 등 공채 과정을 거쳐 라이벌 단체 홍보팀으로 이동했다. B단체에서 홍보 업무를 담당하던 실무자도 지난해 공채를 거쳐 약 400억원을 모금하는 대형 NPO로 자리를 옮겼다. 아무래도 경쟁 단체에서 일했던 담당자들이 현장 경험도 많고 노하우 공유도 가능하기 때문에, 채용 시 우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NPO 실무자들은 “영리 기업에서 홍보·마케팅·IT 업무를 담당했던 이들이 비영리단체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대신 다른 NPO에서 경력을 쌓은 이들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엔(UN) 산하단체들도 ‘인재 사냥’에 나섰다. 최근 국내에 지부를 설립한 유엔 산하단체들이 한국에 맞는 모금 전략을 짜기 위해 국내 NPO의 온라인 모금·마케팅 담당자들을 스카우트하는 현상이 최근 몇 년간 계속되고 있다. 국제구호개발 분야에선 ‘NPO 헤드헌터’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NPO를 위한 헤드헌팅 업체, 채용 사이트가 활발한 영국·미국 등에 비해 국내엔 아직 정식 NPO 헤드헌팅 기관이 없다. 대신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이하 KCOC), NPO 공동회의,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 중간 기관 실무자들에게 “함께 일할 만한 인재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KCOC 관계자는 “개도국 현장에서는 함께 정보를 공유하거나 협력할 일이 많기 때문에, 단체 간 이동이 좀 더 자연스럽다”면서 “각 NPO마다 현장 경험이 많은 ‘마당발’ 실무자에게 추천을 받거나, 해외 지부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국제개발 경력자에게 스카우트 제안을 넣는 편”이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