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015년 조성된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공간 ‘서울혁신파크’의 재개발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입주 단체들이 이사 준비에 분주하다. 이달 초 서울시가 서울혁신파크를 서울 서북부의 경제·문화 복합공간으로 바꾸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밝히면서다.
은평구 녹번동에 있는 서울혁신파크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질병관리본부의 지방 이전으로 남은 11만㎡ 부지에 만들어진 사회혁신기지로 현재 사회적기업, 시민단체 174곳이 입주해 있다.
개소 당시 입주 기업은 230여개에 달했다. 재개발을 앞두고 서울시가 입주 조직들에 2023년 12월까지 퇴소하라고 공지하면서 60여개 기업이 서울혁신파크를 떠났다.
혁신파크 퇴소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건 규모가 작은 조직들이다. 공정여행 사회적기업 ‘트래블러스맵’을 운영하는 변형석 전 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대표는 “은평구 혁신파크라는 공유공간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조직들이 협업하고 네트워킹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면서도 “사회적경제를 상징하는 혁신파크가 사라지면 네트워킹은 단절되고, 그간 만들어낸 시너지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새로운 활동 공간과 임대료다. 입주 단체들은 ▲국내 최대 규모의 사회혁신 인프라 지원(업무공간, 회의실, 영상스튜디오 등) ▲다양한 혁신단체, 사회혁신 중간지원조직과의 연계·협업 기회 지원 ▲단체유형에 따른 임대료 할인혜택 등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서울혁신파크에 입주하는 사회적기업과 비영리조직은 각각 임대료 80%, 30%를 할인받는다. 입주 사회적기업이 100㎡(약 30평) 규모의 사무실을 임대할 경우 월 임대료는 50만~60만원이다. 서울혁신파크와 인접한 불광역 인근의 같은 규모 사무실 임대료가 약 200만~25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서울혁신파크의 임대료는 4분의 1 수준이다.
변 대표는 “임대료 부담도 크지만, 그간 많은 정보를 공유해왔던 조직들과의 네트워킹이 사라진다는 게 가장 아쉽다”면서 “퇴소하는 기업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어떤 조직이 어디로 갔는지도 알기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울혁신파크에 입주한 여러 사회적경제 조직들도 “다양한 조직·기관이 함께 공들여 쌓고 있던 ‘사회혁신’이라는 탑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셈”이라고 했다.
서울혁신파크의 기본 입주 기간은 1년이다. 서울시는 혁신파크 본래 취지가 1~2년간 소규모 사회혁신 조직들이 자생력을 키우도록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입주 조직들이 장기간 혁신파크에 머무를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강경훈 서울시 시민협력과장은 “은평구 혁신파크의 기본 계약기간은 1년이기 때문에 기존 입주 기관들은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 나가는 것”이라면서 “서울혁신파크가 없어져도 사회적경제 조직을 지원하는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청년허브 등이 있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전해서 단체 활동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는 은평구 부지 활용방안에 대해 우선순위를 정해 접근했고, 서울시장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서울혁신파크를 지역 경제 활성화의 장으로 재개발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서울혁신파크를 허물고 50층짜리 빌딩을 지어 업무시설과 쇼핑몰, 실버타운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