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로펌에 우영우 변호사는 없다. 자폐성 장애뿐 아니라 다른 장애를 가진 변호사도 찾기 어렵다. 로스쿨 도입 이후 장애인 법률가는 대폭 늘었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35명의 장애인이 로스쿨에 입학했다. 그런데 대형 로펌에서 장애인 변호사를 채용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기업 일반으로 보면 어떠한가? 2020년 말 기준 한국 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1.48%다. 100인 이상 사업장에는 법률로 장애인 고용을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하면 고용부담금을 부과하는 현실이다. 지난해 9039개 기업이 고용부담금을 냈다. 그 액수는 7893억원에 달한다.
대기업들은 대부분 ‘자회사’를 만들어 장애인을 ‘따로’ 고용한다. 법률이 자회사를 통한 고용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다. 이 또한 장애인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의의는 있지만, ESG의 흐름이나 국제사회의 장애인 포용(Disability Inclusion)과는 부합하지 않는다. 게다가 고용된 장애인들은 주로 청소나 세탁 같은 단순 업무를 한다.
ESG는 다양성과 형평성, 포용성(DE&I)을 중요한 문제로 보고 있다. DE&I는 기업이 다양한 구성원을 가지고 이들을 차별 없이 포용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 안에 장애인 등 다양한 사람이 함께해야 한다. GRI 등 국제적 공시기준은 ‘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을 항목에 포함하고 있는데, 자회사에서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은 인정될 수 없다.
영국 로얄메일의 다양성 보고에서는 장애인 비율이 13%라고 보고하고 있다. 놀라운 수치다. IBM은 장애인을 적극적으로 고용하는 회사로 유명한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IBM이 장애인을 고용하는 이유는 세 단어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혁신, 사회 그리고 재능입니다. IBM은 다양한 고객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낼 넓은 스펙트럼의 직원을 원합니다. IBM은 사회가 적절히 기능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의 평등한 참여가 필요하다는 철학에 집중합니다. 또한 IBM은 가능한 한 가장 재능있는 직원을 원합니다. 그래서 장애인을 포함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찾고 있습니다.” 법률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서, 장애인을 배려하거나 사회공헌 하기 위해서 장애인을 고용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고접근성책임자(CAO)를 두고 있는데 레이 플루리(Jenny Lay-Flurrie)라는 청각장애 여성이 맡고 있다. 그에 관한 기사를 찾다 보니, 그는 이미 자폐성 장애인을 위한 고용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정신 건강 문제가 있는 직원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1년 4월 ‘접근성 강화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의 핵심 키워드는 ‘포용적 문화, 장애인 고용, 접근성 기술’이다. 먼저 ‘포용적 문화’가 있어야 장애인 고용이 활성화될 수 있다. 그렇게 ‘장애인 고용’이 되고 장애인들이 직접 제품 개발에 참여하고 역할을 하게 된다면, 더 좋은 ‘접근성 기술’이 만들어지게 된다. 그 기술로 마이크로소프트의 고객에게만 혜택이 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ESG 시대가 되면서 장애인 포용은 국제사회와 자본시장의 중요한 주제가 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장애인을 존중하고 환영하는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Global Business and Disability Network’를 만들었다. 이 네트워크의 목표 중 “장애 포용과 비즈니스 성공 사이에 긍정적인 관계가 있다는 인식을 높이기 위해”라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이 네트워크에는 네슬레, 유니레버, IBM, 로레알 등 세계적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 기업은 아직 하나도 없다. 장애와 관련된 기업들의 이니셔티브도 다양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Valuable500이 대표적인데 여기에는 500개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도 한국 기업은 없다.
2020년 12월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등 총자산 2조8000억 달러를 운용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장애 포용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기업들이 노동력에서 과소대표되고 있는 장애인을 위한 적극적 고용정책을 펼칠 것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장애인을 포함하는 다양성 정책을 가질 것, 장애인 고용을 위한 구체적 목표를 가질 것, 장애인 근로자에게 필요한 편의를 제공할 것” 등을 요구했다. 투자자들은 성명에서 “장애인을 포용적으로 고용한 기업들이 다른 기업보다 높은 수익과 경제적 이윤을 창출했다. 장애인 포용은 혁신을 증가시키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며 더 나은 작업 환경을 조성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기업은행은 ‘우영우’를 반기는 ‘한바다’ 같은 은행을 만들겠다고 한다. SK행복나눔재단은 ‘당신의 옆자리에 장애인 동료가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장애인 고용 확대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장애인 고용을 다양성의 맥락에서, 경쟁력의 원천으로 접근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