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Z의 휠체어] 자퇴해도 안녕하게 해 주세요

유지민(거꾸로캠퍼스 재학생)
유지민(거꾸로캠퍼스 재학생)

고등학교를 자퇴한 지도 벌써 반년이 지났다. 그동안 대안학교를 다니며 학업을 이어가고, 차근차근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진로에 대한 고민 없는 10대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온전히 스스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학교 밖 청소년’이 되니 그 고민이 이전보다 훨씬 늘어났다. 그중 가장 큰 고민은 자기증명에 대한 막막함이다.

자퇴 후 깨달은 학교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발판을 전부 마련해주는 것이다. 시험이나 수행평가 같이 주어진 일을 해내기만 하면 결과가 남고, 그 결과를 모두가 인정해준다. 그뿐만 아니라 선생님들과 꾸준한 상담을 통해 다양한 진로 및 진학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퇴 후 내 미래의 A부터 Z는 모두 내 손에 달려있다. 더 이상 미래의 길잡이가 되어줄 사람이 주변에 없다는 걸 떠올릴 때마다 불안감을 느낀다.

이런 경험은 비단 나만 하는 것도, 소수의 일도 아니다. 국가교육통계센터 학업중단 현황에 따르면 2016년 4만7070명이던 학업중단 청소년은 2020년 5만2261명으로 늘었다. 또한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전체 청소년 중 학교 밖 청소년 비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은 실질적으로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학교 밖 청소년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주무부처는 교육부가 아닌 여성가족부다. 여성가족부가 기본 계획을 세우면 이 계획을 지자체의 지원 센터가 실천하는 형식인데, 지자체별로 운영 방침이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학교 밖 청소년들은 큰 혼란을 겪고 있고, 이 혼란은 코로나19로 인한 등교 중지 상황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센터 운영이 어려워져 대면으로 이루어지던 자체 프로그램이 중지되며 학습에 차질이 생겼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가장 중요한 백신 접종 관련 정보를 학교 안 청소년은 학교로부터 주기적으로 전달받았지만, 학교 밖 청소년은 그렇지 못했다. 학교 밖 청소년은 학업에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소외당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센터와 지원 프로그램들의 고질적인 문제는 홍보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나는 대안학교에 다니며 학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함께 이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은 모두 자퇴생들인데, 많은 친구가 학교 밖 청소년 관련 지원 프로그램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을 문제라고 생각한다. 몇몇 친구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도 있다. 학교에서 간간이 대외활동 관련 정보를 알려주지만 충분하지 못하고, 스스로 활동을 알아봐야 한다. 꿈드림센터, 서울시학교밖청소년센터 등의 국립기관과 그 외의 단체에서 진행하는 사업들을 한 번에 모아볼 수 있고 후기를 공유할 수 있는 체계적인 커뮤니티 체계가 구축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퇴 후 ‘어떻게 대학에 갈 거야?’라는 질문을 수없이 많이 들었다. 이를 통해 학교 밖 청소년의 진로 및 진학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인식이 좋지 않음을 느꼈다. 동시에 나도 자퇴 전까지 대한민국에 이렇게 학교 밖 청소년이 많은지, 그들이 진로 설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 정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가고 취업을 하는 것만이 모든 학생의 공통된 진로가 아니다. 학교의 울타리에서 나와보니 비로소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진로, 진학 관련 지원과 개별 상담, 프로그램 홍보, 커뮤니티 구축의 필요성을 느낀다. 더불어 사회가 학교 안 청소년만큼 학교 밖 청소년의 성장에도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훌륭한 미래의 인재로 자라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어야 한다.

유지민(거꾸로캠퍼스 재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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