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신화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 이사장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되고 4년이 지난 2018년 4월,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요구하며 단체 삭발과 농성에 나섰다. 다시 4년의 세월이 흐른 2022년 발달장애인 8명과 그들의 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발달장애인 참사’가 발생했다. 발달장애 부모들은 지금도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 체계 구축과 제2차 생애주기별 종합 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은 자폐성 장애를 가진 두 아이의 엄마가 발달장애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했다. 장애아동 부모들이 주축이 돼 발달장애가 있는 아동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7월 29일 꿈고래놀이터 경기 수원점에서 임신화(48) 꿈고래놀이터협동조합 이사장을 만났다.
발달 장애 아동들을 위한 놀이터
꿈고래놀이터에서는 보건복지부 사업인 발달장애 방과 후 활동 서비스를 제공한다. 꿈고래놀이터 경기 화성 봉담점에 이어 두 번째로 문을 연 수원점에는 현재 30명의 아이가 수업을 듣기 위해 방문한다. 화성 봉담점에서는 매주 75명의 아이가 언어, 인지, 미술, 통합, 감각 등 치료를 받는다. 전문 치료사들이 경기도 사설 센터의 평균 단가보다 약 1만5000원 저렴한 4만원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4년 봄 경기도 복지관에서 ‘협동조합의 이해’라는 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들었어요. 한 아이 치료비로 200만원씩 들 때였어요. 협동조합을 운영하면 ‘치료에 들인 돈을 다시 우리 아이들을 위해 쓰는 구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꿈고래어린이집에 함께 다녔던 아이들 학부모가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이름은 ‘꿈고래놀이터’로 정했다. “놀이터에는 치료와 교육을 놀이처럼 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주말에도 항상 열려 있는 공간이에요. 아이들과 부모님이 언제든 방문해서 놀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꿈고래놀이터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임 이사장은 “발달장애인 관련 협동조합 중 장애 아동 부모들이 직접 치료센터를 운영하는 곳은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 뿐”이라고 말했다. 덕분에 조합원인 아이와 부모들의 요구를 바로 반영할 수 있다. 상담이 필요하다고 하면 외부전문가를 섭외해 상담을 제공하고, 야외 활동을 요구하면 바로 야외 수업을 진행한다.
올해 7월에는 발달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반려동물 간식 사업을 시작했다. 벌써 사업을 함께할 발달장애인도 1명 고용했다. 상품 포장용 유산지 깔기, 상자 접기 등의 공정을 일부러 많이 넣어 발달장애인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간식 배합에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어요. 오랜 시간 샘플 테스트를 거쳐 완성했죠.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이 제품을 발달장애인이 포장한다’ ‘구매하면 발달장애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같은 말들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아요. 장애인 고용과 상관없이 우선 제품의 퀄리티가 좋아야 매출이 높아질 수 있고, 어느 정도의 수익이 나면 발달장애인 고용을 늘릴 수 있을 거예요. 사업이 잘되면 발달장애인 일자리 창출도 지속가능하겠죠.”
작은 인식 변화의 힘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은 지난달 15일 발달장애 전문 박람회 ‘제2회 오티즘 엑스포’ 참가 기관으로 나섰다. 임 이사장은 조직위원으로 행사를 기획했다. 부대 행사에서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의 사례를 발표했다. 임 이사장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고 관심이 생겨서 방문했다는 젊은 사람이 많았다”면서 “미디어에 발달장애인을 노출하는 것이 사람들 인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에서는 우영우 같은 발달장애인을 보기 어렵다”며 “주인공에 주목하기보다 그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동료 변호사들을 떠올려달라”고 했다.
“드라마로 인해 우려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아이의 장애에 대해 이야기하기 어려웠던 가족들이 ‘우리 아이도 우영우 같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면서 주변 사람을 이해시키기가 더 쉽겠죠. 물론 현실에는 우영우 같은 발달장애인을 보기 어려워요. 하지만 우영우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동료 변호사는 현실에도 있을법하고, 이들은 비장애인이 충분히 닮을 수 있는 존재죠.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이런 조력자들에 대해 더 많이 생각했으면 해요.”
임 이사장은 “협동조합 설립 후 7년이 지난 지금 장애 아동 가족을 위한 정책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지역구 안에서의 변화는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장기보다 우리 협동조합이 많이 알려지면서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시청에서 먼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물어봐요. 즉각적인 변화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가 제안하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사회가 조금씩은 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은 현재 제공 중인 치료 서비스를 특화하고 성인을 위한 주간 활동 서비스 센터를 확장해 운영할 계획이다. “반려동물 간식 사업이 잘돼서 정부나 지자체의 도움 없이 화성과 수원에 발달장애인 센터를 만들고 싶어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달장애인을 위한 투자를 할 거예요. 나중엔 전국 단위의 연합회를 만들어서 더 큰 목소리를 낼 겁니다.”
이슬이 청년기자(청세담13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