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현일 디스에이블드 대표
국내 첫 장애인 예술가 에이전시 ‘디스에이블드(THISABLED)’는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활동을 지원한다. 지난 2016년 설립 직후부터 작가들의 사회적·경제적 자립을 돕는 전시회를 열었고 이후 작품을 활용한 기획, 디자인, 상품, 영상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지난 7월 28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디스에이블드 본사에서 만난 김현일(31) 대표는 “회사 이름을 ‘장애’라는 뜻의 ‘디스에이블드(disabled)’의 철자 ‘d’를 ‘th’로 바꿔 ‘이것은 가능하다(THIS ABLED)’로 정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불가능한 일들이 가능한 일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 나이에 창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로에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한 전시장에 들어갔어요. 거기에 걸린 그림이 전체적으로 좋았어요. 색감도 그렇고요. 그런데 관람객도 없고 심지어 인포데스크에 사람도 없이 텅 빈 채 방치돼 있었어요. 그림도 삐뚤빼뚤 걸려 있고요. 알고 보니 발달장애 예술가분들의 그림이었어요. 그날 이후, 이렇게 좋은 작품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작가를 직접 찾아가서 작가님 어머니에게 제안했죠. 그렇게 3개월 정도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2016년에 첫 계약을 했어요.”
-우연히 발달장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건가요?
“학창시절 윗집 살던 형이 발달장애인이었어요. 피아노 되게 잘 쳐서 뉴스도 촬영하고 인터뷰도 많이 하고 나름 유명했어요. 발달장애인 중에 특별한 능력을 보이는 ‘서번트증후군’이었죠. 그래서 재능있는 발달장애인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죠.”
-사업을 의지만으로 시작하긴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어머니께 돈을 빌렸어요. 무일푼으로 창업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당시 어머니께서 망하면 바로 취업하는 조건을 붙여서 빌려 주셨죠(웃음).”
-일반적인 전시와 다른 점이 있나요?
“2018년부터 전시에 ‘하티즘(Heartism)’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하티즘은 ‘마음주의’라는 뜻이에요. 발달장애 예술가들이 그리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예술 활동을 지칭하는 말이에요. 하티즘 전시장에는 발달장애인 작품이라는 걸 안내하지 않고, 관람객들이 작품을 즐기고 전시장을 나올 때쯤 그 사실을 알게끔 기획했어요.”
-발달장애 작가들과 오랜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 있나요?
“일단 들어오시면 안 나가시고요(웃음). 현재 100여명이 소속돼 있는데, 작가들의 작품 활동에 정당한 대가를 주는 거죠. 회사가 아무리 힘들어도 그 원칙은 지키고 있습니다. 작가들의 부모님에게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다 말해요. 그런 점에서 만족하고 함께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발달장애 예술가들을 위한 NFT 플랫폼도 만들었죠.
“지난달 NFT 플랫폼 ‘하티즘(HEARTISM)’을 런칭했어요. 글로벌 가상 자산 기업 ‘안체인’과 협업해 자체 개발한 플랫폼이에요. 비장애 작가들 위주로 형성된 NFT 시장에서 디지털 소외 계층으로 여겨지던 발달장애 예술가들도 NFT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요.”
-NFT 시장에 진출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은 본인들의 사후에도 자식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느냐는 거예요. 우선은 경제력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요.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의 수입은 작품 판매인데, 지금 방식으로는 안정적인 수입 구조를 만들기 어려워요. 반면 NFT는 작품에 ‘크리에이터 피(creator fee)’를 붙여놓으면 거래될 때마다 작가에게 지속적으로 수익이 돌아가게 됩니다. 이른바 지속가능한 예술 활동, 지속가능한 생활 가능해지는 거죠.”
-꿈꾸는 미래가 있습니까?
“발달장애 예술가라는 표현보다는 한 명의 예술가로 인정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소속 작가들이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것이 디스에이블드의 최종 목표입니다”
오인애 청년기자(청세담13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