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지하 등 재해취약주택 거주자의 공공·임대주택 우선 입주권을 보장하고 미이주 가구에는 주택 개보수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1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것처럼 재해 취약주택의 인·허가를 제한하는 방안은 신중히 검토하기로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고시원 등 비주택에는 46만3000가구가 거주하고 있고, 지하(반지하)에도 32만7000가구가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반지하 거주 가구의 61.4%는 서울에 집중돼 있다.
정부는 취약계층에 대한 공공임대 이주 지원을 2017년 1098가구에서 2019년 3 905가구, 2021년 6026가구 등으로 확대해왔다. 하지만 비주택 거주 가구 수는 2017년 43만가구에서 2020년 46만3000가구로 오히려 늘어났다.
이에 국토부는 연말까지 전문 기관의 연구용역과 관계부처·지자체 합동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재해취약주택의 분포 등을 조사해 공공임대 이주 수요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조사 결과 재해에 취약한 주택으로 분류되면 정부가 매입한 뒤 공공임대주택으로 리모델링하고, 반지하 등 공간은 커뮤니티 시설로 용도 변경을 추진해 사람이 살지 못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거주자가 이주를 원치 않는 경우 침수 방지시설과 여닫이식 방범창 설치 등 안전보강 비용을 지원한다.
전날 서울시는 반지하 거주민을 위한 지원 정책을 추가로 내놨다. 15일 서울시는 “반지하 거주민들이 추가적인 부담 없이 임대 주택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서울 시내 약 20만 가구의 반지하 주택을 전수조사해 침수 위험성, 취약계층 여부, 임대료 등을 파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주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의 물량은 노후 공공임대주택단지를 통해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20년 내 재개발이 이뤄질 노후 공공임대주택을 23만호 이상의 공공주택으로 재건축할 예정이다.
반지하 주택은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해 차츰 줄여나간다. 시는 지난해부터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모아타운 선정 등으로 반지하 주택 약 1만 3000호를 정비구역에 포함했다. 추후 선정되는 구역을 고려하면 앞으로 매년 8000호 이상의 반지하 주택이 정비대상에 포함돼 사라지게 된다.
장기간에 걸치는 정책인 만큼, 시는 현재 시행 중인 주거급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반지하 거주민을 위한 특정 바우처를 신설해 월 20만원씩 최장 2년간 지급하고, 전·월세 보증금 지원 사업 등을 통해 반지하에 거주하는 주거 약자를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다. 무주택 주거취약계층의 전·월세 일부를 지원하는 장기안심주택, 기존주택 전세임대 등을 지원하는 금액의 한도를 상향하고 대상도 확대할 예정이다.
시는 지역별 과거 침수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침수흔적도’를 활용한 현장 조사도 시행한다. 침수위험도와 침수방지설비 설치 요건 등 실제 현장을 고려해 침수위험 등급을 성정, 등급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존의 지하·반지하 주택은 SH공사가 매입해 주민 공동창고나 지역 커뮤니티 시설 등 비주거용 시설로 활용하게 된다. 이번 폭우로 인한 참사처럼 반지하가 주거 용도로 사용돼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침수 방지시설 같은 단기적인 대책에 더해 반지하주택 거주가구를 지상층으로 올리는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하겠다”며 “국토부와 지속 협력해 침수, 화재 등 위급 상황에 대응하기 어려운 시민부터 공공임대주택 이주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강나윤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nanasi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