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오늘도 자란다] 내게 당연한 것은 상대에게도 당연하다

장서정 자란다 대표
장서정 자란다 대표

아이와 시간을 함께 보내 줄 선생님을 매칭해주는 비즈니스를 운영하면서 가끔 받게 되는 질문이 있다. “선생님 때문에 아이가 상처받는 경우는 없나요?” 그리고 이 반대의 질문은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아마 어른인 선생님이 아이보다 우위에서 일방향적인 소통을 하는 환경을 떠올리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선생님이 아이를 나무라고 혼내는 모습을 상상하지만, 아이나 가족으로부터 선생님이 고통을 받는 일을 걱정하진 않는다. 선생님이 방문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아이가 혼자 방치되는 상황을 우려하는데 비해, 선생님과의 약속을 가정에서 지키지 않아 아무도 없는 집 앞에서 곤란함을 겪는 선생님의 상황을 떠올리는 이는 거의 없다.

자란다와 같이 수요자와 공급자, 양쪽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매치메이커’라 한다. 서로 필요한 것을 줄 수 있는 관계를 적절하게 매칭하는 것이 곧 플랫폼의 역할이다. 쌍방의 니즈가 한 점에서 만나기 때문에 일방향적인 요구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

내가 충분히 할 수 있고 어렵지 않은 것을 맡기기 위해 굳이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는 없다. 시간이 부족하거나 일을 처리할 에너지 혹은 전문성이 부족할 때, 다른 사람의 시간과 수고를 플랫폼을 통해 구하는 것이다. 때문에, 내가 플랫폼에 투입한 금전이 소중한 만큼, 상대방이 투입한 시간과 수고 역시 소중하게 바라봐야 한다.

자란다에서는 선생님의 활동이 금지될 정도로 치명적인 것이 ‘당일 취소’와 ‘노쇼’다. 아이러니하게도 고객센터를 통해 접수되는 자란다 선생님들의 불편사항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부모님들의 ‘당일 취소’와 ‘노쇼’다. 프리랜서 플랫폼으로 유명한 한 플랫폼에서는 견적요청서만 올려놓고서 프리랜서가 플랫폼에 수수료를 지불하면서까지 보낸 견적서를 제대로 보지도 않는 요청자들이 있어 문제가 된 바 있다.

플랫폼에서 만나는 양쪽은 흔히 ‘손님은 왕이다’라고 말하는 손님과 서비스 제공자의 관계로 볼 수 없다. 서로 만족을 얻는 ‘공생 관계’에 가깝다. 금전을 지불했다고 일방적인 요구를 하기 보다, 상호 존중과 이해가 필요한 관계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 플랫폼에서 내가 존중받는 방법이다.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을 남긴 세자르 리츠가 운영하던 호텔은 실제로 왕족과 귀족이 주로 이용했다고 한다. 플랫폼에서 왕은 없다. 서로 필요로 하는 양방이 있을 뿐이다.

부모와 아이의 관계나 부모님과 선생님의 관계, 기업과 구성원의 관계에서도 어느 한 쪽이 우위에 서서 일방적 요구를 하던 시대는 지났다. 서로 원하는 기대치를 맞추는 상호존중이 중심이 되는 문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한쪽이 희생하거나 인내하지 않고서 만족스러운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내가 당연하게 받고자 하는 만큼 상대방에게도 당연하게 존중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플랫폼을 통해 만나는 인연에서도 자리 잡기를 바란다.

장서정 자란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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