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굿네이버스×더나은미래 공동기획 ‘새로운 나눔이 온다’] (3) 기부 그 후, 후원자가 바라는 것

세월호 참사 기점으로
내 주변 문제 관심 커져

자신의 기부금으로
변화된 모습 볼 때
가장 자부심 느껴

메타버스 플랫폼 통해
해외 사업장 체험도

모금단체에는 후원 회원들의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보통 후원 방법이나 모금 캠페인 내용, 세액 공제 여부 등이 주를 이룬다. 최근에는 조금 달라졌다. 후원금이 현장에서 어떻게 쓰였는지, 후원한 지역에 전쟁과 지진이 나면 필요한 곳에는 어떻게 전달이 되는지, 결과 보고서는 언제 받을 수 있는지 등 기부 후 현장의 상황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 김희진 굿네이버스 회원실장은 “과거에는 단순히 기부라는 선한 행동을 한 것에 의미를 뒀다면, 이제는 후원을 통해 무엇이 변화했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후원자들이 선택하는 후원 사업도 달라지고 있다. 해외아동 1대1 결연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개인’에 대한 후원보다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사회’를 바꾸는 프로젝트에 대한 후원이 늘고 있다. 변화된 환경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한다. 이에 모금 단체들은 메타버스에 ‘가상 해외사업장’을 마련하고 생생한 간접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등 ‘똑똑해진’ 후원자와 소통할 방법 마련에 나섰다.

기부자가 원하는 건 ‘지속가능한 해결책’

굿네이버스 신규 회원이 해외 후원을 하는 방법은 ‘해외아동 1대1 결연’ ‘프로젝트 사업’ 등 크게 두 가지다. 몇 년 전만 해도 해외아동 1대1 결연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 2014년 굿네이버스 해외 후원을 신청한 신규 회원 중에 해외아동 1대1 결연을 선택한 비율은 87.37%였다. 이후 2017년까지 80%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기준 58.54%로 크게 감소했다.

같은 기간 프로젝트 사업을 선택한 비율은 꾸준히 증가했다. 프로젝트 사업은 식수 위생 지원사업, 보건의료 지원사업, 지역개발사업 등 마을의 환경을 발전시키기 위한 사업이다. 2014년에는 해외 프로젝트 사업에 후원하는 비율이 12.63%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41.46%까지 늘었다.

전문가들은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기부 트렌드가 바뀌었다고 말한다. 노연희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세월호를 계기로 사람들 관심이 ‘내 주변의 문제’에 집중되기 시작했다”면서 “이전에는 상황이 어려운 개인을 돕는 자선 영역에서의 모금이 대다수였다면, 환경·동물권 등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모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굿네이버스가 지난해 정기회원 2만124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86%는 ‘기부를 하고 자부심을 느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자부심을 느낀 순간은 ‘변화를 만든 것을 실감했을 때’였다. ‘변화한 지역사회나 아동의 모습을 확인했을 때(43.6%)’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한다고 느꼈을 때(42.6%)’가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에 기부금이 늘면 모금 단체는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사업을 기획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해외교육 지원사업에서는 한 지역의 아동보호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 오랜 기간 여러 명이 쓸 수 있는 교육 기자재를 구매하고, 학교 시설을 보수하며 교사 교육도 한다. 언젠가 후원금이 끊겨도 마을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김희진 실장은 “개인이 아닌 프로젝트 사업에 대한 후원이 늘었을 때 가장 큰 장점은 마을 커뮤니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는 점”이라며 “이를 통해 커뮤니티에 속한 사람들이 스스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존재가 돼서 긍정적인 시너지가 확산한다”고 말했다.

시공간 초월한 현장 방문

모금 단체의 고민은 후원자들에게 보내는 결과 보고다. 해외아동 1대1 결연 같은 사례 중심 기부는 후원자가 받을 수 있는 피드백이 비교적 명확하다. 주로 아동이 쓴 편지나 사진이 전달된다. 다만 프로젝트 사업의 경우 개인의 기부가 만든 영향력을 정확히 규정하기 어렵다. 노연희 교수는 “장기적인 사회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후원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피드백을 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김경미(29)씨는 2019년부터 미얀마와 과테말라 아동을 1대1 후원하고 있다. 올해 2월부터는 해외 보건의료지원 프로젝트도 후원하기 시작했다. ‘연례아동성장발달보고서’를 받을 때마다 지역사회 소식도 접하다 보니 지역의 보건 인프라를 확충하는 사업의 필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보람은 배가됐지만 피드백 방식은 달랐다. 김씨는 “결연 아동 소식은 카카오톡으로도 종종 전해들을 수 있지만, 프로젝트성 사업은 모든 후원자가 공통으로 받는 종합보고서만 받을 수 있어 내가 어떤 부분에 기여를 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아쉬움이 들었다”면서 “최대한 개별성 있는 피드백을 받으면 더 뿌듯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굿네이버스는 교육·식수·보건 등 해외 지원사업별 보고서를 제공한다. 또 사업 참여 기회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후원자들의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직접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참여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굿네이버스는 지난달 13일 메타버스 플랫폼 ‘젭(ZEP)’에 해외 사업장을 구현한 ‘좋은이웃마을, 아프리카’를 오픈했다. 굿네이버스가 후원자의 기부금으로 진행 중인 해외교육지원사업, 소득증대사업, 식수위생지원사업, 보건의료지원사업 등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 15일 기준 누적 방문객 수는 1만7591명에 달한다. 하루 평균 533명이 가상 사업장에 방문한 셈이다. 정해원(29)씨는 “메타버스에서 돌아다니면서 아프리카 마을의 아이들이 어떤 놀이를 하는지, 어떤 식수펌프가 설치됐고 얼마나 깨끗한 물이 콸콸 나오는지 봤다”며 “지금까지는 막연히 ‘내가 기부를 하면 배고픈 아이들은 줄겠지’라고만 생각했는데 직접 보고나니 내 돈이 가치 있게 사용된다는 사실이 와 닿았다”고 말했다.

이달 말에는 후원자 200명을 대상으로 비대면 여행도 진행한다. 온라인 플랫폼 ‘줌(ZOOM)’으로 해외 사업국 현지 직원과 소통하면서 사업장을 살펴볼 수 있도록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오는 26일에는 몽골, 28일에는 케냐 사업장이 소개된다. 김희진 실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소통 채널을 통해 더 빠르게 후원자들과 교류하고 이들에게 생생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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