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재순 유스보이스 대표
학창시절, 장래희망을 묻는 어른들의 질문에 답을 망설였던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비영리스타트업 ‘유스보이스’는 청소년에게 미래 모습을 스스로 그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한다. 막연한 미래는 아니다. 흔한 드라마 대사처럼 ‘도대체 나다운 게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길을 동행하는 역할을 한다.
“흔히 청소년에게 미래에 뭐 할 건지 꿈을 꾸라고 말하는데, 사실 아이들은 아직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 않았어요. 10대 때부터 미래에 대해 빨리 정하라고 어른들이 말하고, 그게 마치 정답인 것처럼 당연시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동락가에서 만난 김재순(37) 유스보이스 대표는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을 대하는 어른들의 태도를 지적했다. 유스보이스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현재의 나에 대해 깊게 고민해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현재 진행 중인 ‘TMI 프로젝트’에선 청소년이 미션에 참여해 자기 발견하고 고민한 시간만큼을 시급으로 계산해 준다. 입버릇처럼 시간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청소년들의 시간을 사서, 그들이 현재의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청소년 교육은 달성 목표가 뚜렷한 편이다. 성과 지표는 변화된 모습이다. 하지만 유스보이스는 그저 ‘청소년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집중한다. 이는 김 대표가 학창시절 유스보이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느낀 것들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유스보이스는 21년 된 사업이에요. 제가 학창시절에 참여했던 프로그램이기도 하고요. 2년 전 다음세대재단의 사업에서 비영리 사단법인 형태로 스핀오프(독립 법인화)한 거죠. 열여덟 살 때 유스보이스를 처음 접하고, 주말마다 광주에서 서울로 버스를 타고 4시간씩 오가며 모든 활동에 참여했었어요. 뭘 좋아하는지 물어보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도 물어보고. 사소한 대화일 수 있지만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어요. 당시 경험이 저에게 큰 자극이 되었다는 게 당시엔 느껴지지 않았지만, 지금 돌이켜 봤을 때 굉장히 힘이 되고 있습니다.”
유스보이스를 거쳐 간 이들은 공통으로 유스보이스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큰 이야기까지 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당장은 드라마틱한 무언가를 만들지 않더라도 유스보이스에서 만난 어른들이 해보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게끔 지지해 줬던 것, 그 과정에서 어떠한 평가도 받지 않았던 게 지나고 보니 밑거름이 됐다는 것이다.
미래보다 현재에 무게를 두는 유스보이스만의 가치관은 청소년 교육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김 대표는 이를 유스보이스 운영에도 적용했다. “유스보이스의 큰 미래를 그리고 있지 않습니다. 저희가 묵묵히 해나가는 일들이 어느 순간에는 인정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에요. 현재 진행하는 것 하나하나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재순 대표의 고민은 비영리로 지속가능한 청소년 교육을 하는 데 있다.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은 영리보다 비영리로 진행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참여자였던 제 경우를 생각해봐도 유료 프로그램이었다면 부모님께 쉽게 말하기도 어려웠을 겁니다. 그래서 비영리스타트업 형태로 법인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어요. 유스보이스가 집중하는 ‘나다움’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필요한 교육이에요. 누구에게나 필요한 거라면 빈부격차 상관없이 접근이 가능해야 하는데, 프로그램 참여에 문턱이 생기면 안 되잖아요? 이러한 뜻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예리 청년기자(청세담 13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