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홍수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탄소배출이 늘수록 강수량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14일 기상청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후센터는 온실가스 감축량에 따른 극한 강수량 전망을 발표했다. 한강·낙동강을 중심으로 전국을 26개 대권역으로 분류하고, ‘100년 재현빈도 극한 강수량’의 변화율과 발생 빈도 등을 분석했다. 100년 재현빈도 극한 강수량이란, 100년 단위로 기간을 나눴을 때 내릴 수 있는 최대 강수량을 뜻한다.
탄소배출량이 현재(2000~2019년) 수준으로 유지되거나 더 많아지는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2081~2100년 전국 강수량 평균이 70.8~311.8㎜ 증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권역별 강수량 평균은 187.1~318.4㎜다.
특히 제주와 동해 인근 지역의 극한 강수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제주의 경우 21세기 중반만 돼도 약 78%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강동해 권역은 약 73%, 낙동강동해 권역은 69%까지 많아질 수 있다. 극한 강수량이 50% 이상 증가할 권역 수는 21세기 전반기엔(2021~2040년) 한 곳, 중반기(2041~2060년)엔 7곳, 후반기(2081~2100년)엔 16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화석연료 사용과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인다고 가정할 경우엔 상황이 다르다.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는 21세기 후반 한강동해 권역에서 약 39%, 낙동강동해 권역 19%씩 극한 강수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증가 폭은 고탄소 시나리오에 비해 각각 30%p 이상 감소한 수치다.
극한 강수량 변화가 50% 이상 늘어날 권역 수도 전체적으로 적어진다. 21세기 전반기 2곳, 중반기 3곳, 후반기 1곳이다. 대권역별 강수량 평균도 21세기 후반기 기준 18.9~136.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강수량이 많아질 경우 하천 홍수 발생 빈도 역시 늘어난다. 2020년 기준 홍수로 인한 재산 피해는 우리나라 전체 자연재해 피해액의 약 90%를 차지한다. 탄소중립 정책으로 지구온난화 진행 속도가 더뎌지면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재현빈도 극한강수량은 댐이나 하천둑 같은 기반시설을 지을 때 참고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기후변화로 극한강수량이 늘어나면 과거 기준에 맞춰 설치한 기반시설이 무너질 가능성이 커진다.
박광석 기상청장은 “극한 강수량은 수자원 시설 건설과 홍수 위험도 등 안전성과 관련이 있어 국민의 생명이나 자산 보호와도 직결된다”며 “다양한 시나리오 기반의 유역별 분석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나윤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nanasi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