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솔루션을 가진 기업, ‘인클루전 플러스’에 도전하라

[인터뷰] 황애경 메트라이프생명 사회공헌재단 이사

5년차 ‘인클루전 플러스’
국내 유일의 금융포용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금융 소외 해결책 제시한
사회혁신 조직 발굴·지원

‘무방’은 목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청년들을 위해 ‘보증금 0원’으로 주거 공간을 임차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플랫폼이다. 학생, 구직자, 사회 초년생 등 금융 거래 기록이 없는 ‘신 파일러(서류가 얇다는 뜻)’들은 신용 등급이 낮아 은행에서 보증금을 대출받기가 어렵다. 보증금을 안 내도 되는 집은 주거 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방은 입주자의 ‘월세 지불 능력’을 자체 검증 시스템으로 평가한 뒤, 심사를 통과한 청년들이 보증금 없이 집을 임차할 수 있게 중간에서 보증을 서준다. 임대인은 임차인이 월세를 체납하더라도 무방을 통해 정해진 날에 월세를 받을 수 있다. 2019년부터 무방을 이용한 임차인은 3만4000여 명. 해결한 보증금 총액은 210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17일 만난 황애경(49) 메트라이프생명 사회공헌재단 이사는 “어렵고 복잡해 보이는 사회문제에도 반드시 ‘솔루션’은 있다”고 말했다. 재단이 2018년 시작한 ‘메트라이프 인클루전 플러스’도 솔루션을 찾는 프로그램이다. 청년, 소상공인, 이주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고령자 등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회혁신 조직을 선발해 지원한다. 청년 주거 빈곤 문제를 금융의 관점에서 접근해 해결책을 제시한 ‘무방’도 그중 하나다.

“인클루전 플러스는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을 주제로 하는 국내 유일 액셀러레이팅·임팩트투자 프로그램이에요. 저소득·저신용 계층의 금융 접근성과 가용성을 높여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는 게 금융포용이죠. 프로그램 운영 5년 차를 맞은 올해는 기존의 금융포용에 ‘헬스케어’ 분야를 더해 지원 대상을 확장했어요.”

메트라이프생명 사회공헌재단의 '인클루전 플러스'는 국내 유일의 '금융포용' 주제 액셀러레이팅·임팩트투자 프로그램이다. 황애경 메트라이프생명 사회공헌재단 이사는 "올해 프로그램이 오는 15일 모집을 시작한다"면서 "솔루션을 가진 혁신 조직들의 참여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메트라이프생명 사회공헌재단의 ‘인클루전 플러스’는 국내 유일의 ‘금융포용’ 주제 액셀러레이팅·임팩트투자 프로그램이다. 황애경 메트라이프생명 사회공헌재단 이사는 “올해 프로그램이 오는 15일 모집을 시작한다”면서 “솔루션을 가진 혁신 조직들의 참여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해외에서는 ‘금융포용’이 대세

―한국에서 ‘금융포용’은 아직 낯선 개념인 것 같아요.

“글로벌 차원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포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큰 관심을 못 받고 있어요. 금융포용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17개 가운데 무려 7개와 연관돼 있어요. 빈곤 퇴치(1번), 건강과 웰빙(3번), 양질의 교육(4번), 성평등(5번),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 성장(8번), 불평등 감소(10번),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11번) 등이죠. 유엔 SDGs에도 부합하는 주요 어젠다인데 한국에서는 부각이 안 돼서 아쉬워요.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금융포용을 내세운 사회적기업, 비영리 단체 등이 많이 생겼고 심지어 아주 잘됩니다.”

―예를 들면 어떤 기업들이 있나요?

“2019년 미국에 가서 ‘라이프 세이버(Life Saver)’라는 비영리 단체를 만난 적이 있어요. 쉽게 말해 저축을 잘하게 만드는 플랫폼이에요. 로또 긁는 것처럼 스크래치 방식의 게임을 하면 소액의 돈을 적립해주는데, 이 돈을 은행 계좌에 저축하면 추가로 소액을 더 저축해주는 방식으로 습관을 길러줍니다. 플랫폼 내에서 시중은행의 저축상품에 가입할 수 있어서 접근성도 좋아요.”

―플랫폼에서 시중은행의 저축상품에 바로 가입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네요.

“이런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제도가 완화되면 무궁무진한 솔루션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국에 가서 또 재미있게 본 것 중에 ‘노바 크레디트(Nova Credit)’라는 플랫폼이 있어요. 이민자나 유학생들이 처음 미국에서 생활을 하게 되면 신용 등급이 없잖아요. 노바 크레디트는 본국에서 그간 차곡차곡 쌓은 신용 정보를 미국으로 끌어올 수 있게 지원해 줍니다. 이것도 한국에는 없는 획기적인 방식이죠.”

―금융 솔루션을 가진 기업이 한국에도 많이 있나요?

“‘인클루전 플러스’ 프로그램을 거쳐간 기업들만 봐도 대단하죠. ‘크레파스(CrePass)’는 대안 신용평가 모델을 통해 신용 기록이 없는 청년과 주부들이 신용을 쌓을 수 있게 기회를 제공합니다. 신용 기록이 없다고 해서 신용이 나쁜 건 아니거든요. ‘일다오’는 일용직 근로자를 위한 구인·구직 플랫폼이에요. 건설 일용직 노동자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인력 소개소로 직접 가서 대기하는 모습을 흔히 봤을 거예요. 일다오는 플랫폼에서 일자리를 바로 연결해 줍니다. 일용직 근로자들에게는 소개 수수료도 받지 않아요. 구직활동에 드는 교통비, 수수료 등을 절약할 수 있으니 일용직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소득이 늘어나는 셈이라 금융포용 모델로 봅니다.”

―금융포용의 범위가 굉장히 넓다는 느낌이 들어요.

“금융포용은 모두의 건강한 금융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개념이에요. 소외 계층뿐 아니라 일반인 누구나 금융 시스템을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민간에서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제도권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줘야 합니다.”

100세 시대, 헬스케어 분야 솔루션은?

지난 4년간 메트라이프생명 사회공헌재단의 ‘인클루전 플러스’에 참여한 기업은 52개다. 이들 기업이 받아낸 후속 투자액은 총 136억원. 참여 기업들이 제공한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혜택을 누린 이용자는 1200만명에 달한다. 올해는 사회혁신 전문 컨설팅·투자 기관인 MYSC(엠와이소셜컴퍼니)와 함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6월 15일부터 7월 11일까지 메트라이프 인클루전 플러스 홈페이지(inclusionplus.co.kr)에서 참가 신청을 받는다.

―금융포용으로만 진행해왔는데 올해는 ‘헬스케어’ 분야를 추가했습니다. 이유는요?

“매년 인클루전 플러스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마다 우리나라의 사회문제를 다시 파악하는 작업부터 합니다. 이번에 조사를 하면서 ‘헬스케어’ 분야가 필요하고 또 무척 취약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너무 뻔한 말이지만 ‘100세 시대’를 맞아 헬스케어는 가장 중요한 분야가 되고 있어요.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을 위한 사회혁신 솔루션이 나와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른 액셀러레이팅·임팩트투자 프로그램과 차별점이 있다면요.

“우리의 액셀러레이션은 크게 3개로 나뉩니다. ▲법률·회계·마케팅·브랜딩 등 비즈니스 지속성을 위한 최대 10회의 맞춤형 멘토링 ▲투자받을 시기와 자금 조달 시기 등을 알려주는 재무 멘토링 ▲조직 건강성을 높여주는 소셜 임팩트 강화 멘토링입니다. 마지막으로 꼽은 조직 건강성이 이번에 가장 강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조직의 소셜 임팩트는 무엇인지, 소셜 KPI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멘토링을 제공할 예정이에요. 작은 조직들도 ESG가 중요해진 만큼 ‘임팩트 리포트’를 발행하는 것까지 진도를 나가볼 생각입니다.”

―프로그램 참여 기업은 임팩트투자도 받을 수 있다고요.

“데모데이 톱(Top)2 기업에 각 1억원씩 총 2억원의 임팩트투자를 진행합니다. 또 데모데이 당일 최대 15명의 임팩트투자자를 초대해 기업들과 만나는 라운드테이블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임팩트투자사는 제대로 된 기업을 만나기가 어렵다고 하고, 기업들은 임팩트투자자 만나는 게 어렵다고 하니 너무 좋은 기회죠.”

황애경 이사는 “대부분의 솔루션은 ‘예방’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금융도 헬스도 건강할 수 있게 미리 관리를 해야 합니다. 솔루션을 가진 한국의 사회혁신 조직들을 위해 우리 재단이 무엇을 더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한국의 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연결 고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미국 재단과도 협의할 계획입니다.”

김시원 더나은미래 기자 blindletter@chosun.com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