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나은미래x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공동기획] 지금은 자원봉사 시대
코로나 때 자원봉사 없었다면 못 버텼을 것
팬데믹 2년 동안 투입된 봉사자 ‘368만명’
백신 접종 지원만 22만명… 현장 혼란 막아
재난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리고 현장에는 봉사자들이 달려간다. 지난달 3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남 밀양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이튿날부터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경상남도자원봉사센터, 밀양시자원봉사센터를 비롯해 새마을부녀회, 밀양청년회의소 등이 참여한 통합자원봉사지원단이 현장에 설치됐고 이재민과 산불 진화 인력에 대한 급식 봉사 등 재난 현장에 필요한 자원봉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재난 현장에는 반드시 자원봉사자가 있다. 올해 초 동해안 산불이 발생했을 때,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될 때도 그랬다. 이번 팬데믹 기간에는 코로나19 대응 활동에만 368만6493명의 자원봉사자가 사회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지난 2년간 국내 전체 자원봉사 인원은 2763만7629명에 이른다. 현장 전문가들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실제 봉사자 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2년간 투입된 자원봉사자 수를 환산하면 매일 3만7859명이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넨 셈이다. 이 땅에 자원봉사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봉사자가 없어져도 재난은 발생할 것이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년간 코로나19 대응에 나선 자원봉사자는 크게 14개 영역으로 구분된 활동을 펼쳤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대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방역 소독에 82만9098명이 참여했다. 이어 취약계층 지원에 66만1834명, 기후위기 대응 활동에 47만8465명이 나섰다. 이 세 분야가 전체의 절반 넘는 53.4%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홍보 캠페인(29만2394명) ▲공공장소 검역 지원(16만6419명) ▲심리상담(3만8585명) ▲격리자 지원(1만6796명) ▲현장 관계자 지원(8만1730명) ▲마스크 제작·배부(32만9359명) ▲농촌 일손 돕기(20만4936명) ▲착한 소비(5만4269명) ▲기타(30만6051명) 등에도 100만명이 넘는 인원이 힘을 보탰다.
코로나 기간 자원봉사자들은 팬데믹 고비마다 빛을 발했다. 특히 활동의 면면을 따져보면 봉사자들의 집단지성도 엿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마스크 의병’으로 불린 마스크 제작 봉사다. 2020년 3월 정부는 마스크 수급 문제로 ‘공적마스크 5부제’를 시행했다. 시민들은 보건용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약국 앞에 긴 줄로 늘어섰고, 취약계층은 마스크를 구할 수 없게 되자 봉사자들은 다회용 면마스크 제작에 자발적으로 나섰다. 공적마스크 5부제가 폐지된 2020년 6월 기준으로 자원봉사자가 제작한 마스크는 303만2173개에 이른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둘러싼 근거 없는 ‘가짜뉴스’를 바로잡는 역할도 자원봉사자의 몫이었다. 그해 9월 서울 송파구청은 ‘인터넷 방역 자원봉사단’을 구성해 코로나19 관련 온라인 정보에 대해 팩트 체크를 하고, 가짜 정보에 대해서는 한국인터넷진흥원·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삭제를 요청했다.
무료급식소 운영 중단에 따른 대안은 지역 농산물로 만든 반찬 나눔으로 채웠다. 전국 자원봉사센터는 사회복지시설 등이 폐쇄되면서 그간 제공되던 급식이 중단되자 ‘안녕한 한끼드림’ 캠페인을 통해 노약자, 저소득층, 노숙인 등 취약계층 348만404명에게 식사를 지원했다. 2020년 6월 기준 투입된 봉사자 수가 7만4301명인 것을 감안하면 봉사자 1명이 40명 넘는 사람을 도운 셈이다.
이주민의 사회적 거리 두기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통역봉사단 활동도 펼쳤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는 사단법인 비비비코리아와 함께 정부 코로나 대응 지침을 20개 언어로 제작해 배포했다.
자원봉사의 특징 중 하나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전환하는 힘이다. 자원봉사 영역에서도 2021년에는 공공장소 검역 지원, 농촌 일손 돕기, 심리상담, 기후위기 대응 활동 등이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반면 착한소비와 마스크 제작·배부 영역에서는 각각 81%, 78% 활동이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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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가 경기회복에 미치는 영향
자원봉사가 반드시 필요한 순간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로나19 대응 자원봉사의 한 축인 백신 접종 지원이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본격화된 지난해 4월부터는 전국에 예방접종 통합자원봉사지원단이 꾸려져 8개월간 총 22만6557명이 투입됐다. 행정안전부 재난자원관리과에 따르면, 봉사자들은 전국 예방접종센터 196개소에 배치돼 접종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접종 절차와 동선을 안내하고 예약 확인·예진표 작성, 고령자·장애인 이동 지원 등의 업무를 도왔다. 센터 운영 시간인 평일 11시간, 토요일 6시간을 버티기엔 구청 공무원과 보건소 인력만으로 역부족이었다. 자원봉사자가 오전·오후 교대로 일을 도와야 했다.
덕분에 2021년 7월 기준 50%에도 미치지 못했던 국내 코로나 백신 1차 접종률은 8월 21일 50%를 돌파했고, 9월 7일 60%, 9월 17일 70%를 달성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국내 코로나 백신 접종률(1차 이상)은 87.0%로 4505만5051명이 백신을 맞았다.
백신 접종률은 경기 회복을 점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지 않을 경우 경기 회복은 늦어질 것”이라며 “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백신 접종 확대, 경제 재개, 재정 부양책 등에 따라 결정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 추이를 보면, 백신 접종률이 경기회복에 미치는 영향을 엿볼 수 있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이를 초과하면 경기 개선 전망을 뜻하고, 반대로 100 미만이면 경기 악화를 의미한다. 지난해 7월 100 이상을 유지하던 BSI는 델타 변이발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하자 8월 95.2로 급감했다. 이후 9월 100선을 회복하고, 10월에는 103.4까지 올라섰다. 국내 백신 접종률이 급증하던 시기와 겹친다.
자원봉사도 탄소중립 관점으로
자원봉사 전문가들은 팬데믹 이후 사회변화 요인을 분석해 현장에 적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올해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는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공동행동으로 플로깅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벌인다. 플로깅 활동 성과를 ‘데이터 플로깅’을 활용해 기록으로 남길 수도 있다. 윤순화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사무처장은 “활동 중 줍는 쓰레기의 양이 탄소중립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할 수 있지만, 시민이 길거리의 쓰레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일상 속 분리 배출과 텀블러 사용 등에 적극적인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기후위기 대응활동은 일상 속에서 이뤄진다. 이 때문에 중앙센터는 전국 246개 지역센터와 함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활동으로 ‘데이터 플로깅’ ‘나무이야기’ ‘바다의 시작’ 등 세 가지 파일럿 모델을 마련하고, 기업·유관기관과 연계한 플로깅 활동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권미영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은 “자원봉사 영역에서 대면 활동과 사이버공간을 연결하여 시너지를 내고 있고, 이러한 변화는 자원봉사자의 효능감과 사회적 영향력, 즉 사회문제의 해결에 기여하는 것으로 수렴된다”면서 “특히 전통적으로 해오던 자율방범, 도시락 반찬 지원, 집 고치기 등의 프로그램에도 탄소중립 관점을 도입해 자원봉사가 기후위기 대응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