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피드백 안 주는 90년대 스타일 이제는 싫어요

[기업 관계자들이 바란다] 1년 넘게 계획서 안 주거나 사업 끝난 뒤 연락 잘 안 해… 현장 반영 부족한 점도 문제
프로그램 다양하고 적극적인 다른 NGO에 기부하고 싶어

‘역량 강화, 다양성, 파트너십.’

기업 관계자들은 공동모금회에 바라는 점을 이렇게 세 가지로 압축했다. 공동모금회 전체 모금액의 70%는 기업 기부로 이뤄진다. 2012년 공동모금회의 총 모금액은 4159억원. 그 중 2924억원이 기업 모금액이다. 이에 공동모금회는 맞춤형 기업사회공헌, 공익 연계 마케팅, 현물 기부 등 기업과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최근 개발,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기업 관계자들의 목소리는 엇갈리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은 공동모금회 지정기탁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S기업 CSR 담당자는 “1년이 넘도록 지정기탁 사업 계획서를 주지 않거나, 뒤늦게 단순 지원형 프로그램을 쭉 늘어놓는 경우가 많아서, 기업 담당자들이 부랴부랴 사업 기획안을 만들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D기업 10년차 사회공헌 담당자는 “시대가 요구하는 니즈(needs·필요)나 트렌드를 파악하지 못하고 90년대 스타일로 사업 기획을 하는 경우가 많고, 사업이 끝나고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피드백을 주지 않는다”면서 “공동모금회 지정기탁이 ‘기부’가 아니라 ‘복지 세금’처럼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분위기만 아니라면, 트렌드에 민감하고 피드백도 빠른 다른 NGO들에 100% 기부하고 싶다”고 귀띔했다. 현장 전문성을 키우라는 목소리도 높았다. J기업 CSR 담당자는 “공동모금회가 제안한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현장과의 간극이 클 때가 잦다”고 했다.

배분의 다양성을 요구하는 기업도 있었다. 공동모금회 배분이 복지 소외계층 지원에만 한정돼 있다는 것. H기업 담당자는 “시대의 요구에 발맞춰 문화예술·해외원조·자원봉사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지원사업을 넓혀야, 국내 기부 문화도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과 비영리단체 및 사회복지기관을 연결하는 브리지(Bridge·다리) 역할을 기대하는 이도 많았다. K기업 담당자는 “4년 전만 해도 공동모금회가 NGO·사회복지기관과 기업의 만남의 장(場)을 마련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타 기관들을 경쟁 상대로 보고 다른 비영리단체와 기업의 파트너십도 뺏어가는 것 같아 아쉽다”면서 “지금은 기업과 비영리기관을 어우르는 허브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정유진·최태욱·김경하·문상호·주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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