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4일(이하 현지 시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100일이 흘렀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난민은 1일 기준 690만명을 넘어섰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UN OHCHR)가 집계한 민간인 사상자는 9100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267명은 아동이다.
글로벌 NGO들은 지난 100일간 난민의 생계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위생·보건, 식료품부터 교육·심리상담까지 폭넓은 범위에서 구호활동을 펼쳤다. 최근에는 전쟁이 장기화할 상황을 고려해 신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우크라이나 철도청과 협력해 동부의 입원 환자들을 서부 의료시설로 이송하기 위한 의료대피전용기차(Medevac)를 운영했다. 지난 3월 31일 첫 이송을 시작으로 지난달 20일까지 총 22차례에 걸쳐 594명의 환자를 호송했다. 환자를 이송하는 모든 과정에는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이 동행했다.
의료대피전용기차는 우크라이나 위험 지역에 거주하는 홈리스 아동을 대피시키는 데에도 활용됐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우크라이나 자포리쟈(Zaporizhzhia) 보육원에 있던 78명의 아동을 르비우의 보육원으로 이송했다.
이 밖에도 국경없는의사회는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오데사(Odessa) 병원에 의약품을 전달했다.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Lviv)에 있는 의료기관에서는 대규모 사상자 대응 훈련을 시행하기도 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전쟁이 길어질수록 당뇨병, 천식, 고혈압,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등의 만성질환 환자들의 의약품 수요도 점점 커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내부로 의료 물자를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도록 더 고도화된 열차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굿네이버스는 국외실향민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버스를 제공했다. 우크라이나 접경지인 루마니아 이삭차(Isaccea)와 수도 부쿠레슈티(Bucharest)를 잇는 버스를 하루 1~2회 운행했다. 현재까지 버스를 통해 이동한 난민은 총 2225명이다.
우크라이나 난민 아동 690명에게는 굿네이버스가 자체 제작한 워크북을 공급했다. 워크북은 아동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김선 굿네이버스 국제사업본부장은 “앞으로도 현지 상황에 따른 난민들의 필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아동 보호 최우선의 원칙으로 전문적인 긴급구호 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우크라이나 아동의 교육 공백을 메우기 위한 지원활동에 집중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역의 학교가 휴교 상태다. 이에 아동 750만명이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교육과학부에 따르면, 전쟁 100일 동안 학교 약 1888곳이 포격·폭격의 손해를 입었고, 이 중 10%가량은 완전히 파괴됐다.
오노 반 마넨 세이브더칠드런 우크라이나 사무소장은 “모든 전쟁은 아동에 대한 전쟁이며, 학교에 대한 공격은 아동에 대한 공격”이라며 “우크라이나 교육 시설에 대한 기록적인 피해는 아동의 삶과 미래에 큰 위협을 가한다”고 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우크라이나 교육과학부, 현지 NGO 파트너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역에 32개 디지털 학습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주관하에 열리는 교육 클러스터(education cluster)를 통해 안전한 학습 환경과 교육 키트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세이브더칠드런은 학습용키트 4000개와 유치원키트 120개를 지원했다.
유니세프는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 지역에 거주하는 약 210만명에게 기본적인 보건·의료 물품을 지원했다. 몰도바·폴란드·불가리아 등 우크라이나 인접국 6곳에서는 블루닷(Blue Dots) 25곳을 운영 중이다. 블루닷은 유엔난민기구와 함께 난민 가정에 심리치료, 놀이·활동 등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우크라이나 내 설치된 유니세프 지역사무소 5곳의 직원들은 위험한 상황임에도 사무소를 철수하지 않고 그대로 현장에 남아 난민을 지원했다”며 “전쟁 장기화를 대비해 기존의 지원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월드비전은 전쟁 발발 직후부터 지난달 29일까지 13만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국내실향민과 난민을 지원했다. 이번 지원활동에 사용된 모금액은 9600만 달러(약 1200억원)에 이른다.
최근 월드비전은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와 이아시(Iasi)에 ‘해피 버블 센터’를 개소했다. 해피 버블 센터는 난민 아동을 대상으로 교육과 심리상담을 제공한다. 교육은 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어로 진행된다. 월드비전은 앞으로 해피 버블 센터 3곳을 더 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