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곤충 생태계가 붕괴 위험에 놓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주요 원인으로는 자연 서식지를 파괴하는 집약적 농업과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꼽혔다.
20일(현지 시각)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생물다양성환경연구센터 연구진은 전 세계 6000개소의 토지이용 현황과 해당 지역에 서식하는 곤충 1만8000종의 개체 수가 지난 20년간 어떻게 변화했는지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농업의 집약도와 지구온난화의 영향에 따른 곤충의 생물다양성을 비교·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농업 방식에 따라 생물다양성 감소 폭이 달랐다. 화학물질 사용을 최소화하고 다작 농업이 이뤄지는 저강도 농업 지역은 훼손된 적 없는 자연서식지에 비해 곤충 개체와 종 수가 각각 19%, 22% 감소했다.
반면 화학물질 대거 투입되거나 대규모 경작, 기계화 등 집약적인 농업이 이뤄지는 고강도 농업 지역은 자연서식지와 비교해 개체와 종의 수가 각각 45%와 3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집약적인 토지이용에 기후변화 영향이 더해지면 생물다양성 손실이 더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고강도 농업과 온난화를 겪은 지역에서 곤충 개체 수는 기후 온난화를 겪지 않은 자연서식지에 비해 49% 수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종의 수는 29% 적었다.
다만 농경지 인근에 자연서식지가 있을 경우 기후변화와 농업 활동으로 인한 곤충 생태계 피해가 감소했다. 연구팀은 농경지 주변의 75% 이상이 자연서식지로 둘러싸인 지역은 곤충 개체 수가 7%밖에 감소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팀 뉴볼드 UCL 생물다양성환경연구센터 연구원은 “농지 인근 자연서식지를 보존하는 등 농업 지대를 세심하게 관리하면 기후 영향에도 여전히 곤충을 번성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UCL 생물다양성환경연구센터는 이번 연구로 확인된 곤충의 생물다양성 감소는 오염 등 다른 요인을 다루지 않아 극히 일부에 불과할 수 있다며 이런 현상이 인간 건강과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의 수석저자인 샬럿 오스와이트 UCL 생물다양성환경연구센터 박사는 “꽃가루를 옮겨 식물이 열매를 맺도록 하는 곤충의 역할을 고려해봤을 때 곤충 생태계의 파괴는 식량 안보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며 “세계 각국은 삼림을 파괴하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료품 수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강명윤 더나은미래 기자 my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