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4일(수)

[사회혁신발언대] ‘우리의 지구, 우리의 건강’은 지켜질 수 있을까

정일선 굿네이버스 탄자니아 대표
정일선 굿네이버스 탄자니아 대표

아프리카 최대의 담수호인 빅토리아 호수는 ‘신이 내린 선물’로 불렸다. 생태계의 보고(寶庫)로 꼽힐 정도로 생물 다양성을 자랑했고, 지역 주민에게는 생계를 유지하는 삶의 터전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호수는 재앙으로 변해갔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이 주요 원인이었다. 최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조사 결과, 고유종의 76%가 멸종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획량이 많이 감소하면서 호수에 의존해 생활하던 주민들의 삶도 더욱 고단해졌다.

기후변화로 빅토리아 호수는 기생충 번식에 좋은 환경이 됐다. 오염된 식수는 설사, 구토 등의 수인성 질병을 유발했다. 보건의료, 식수위생 인프라가 부족한 탓에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했다. 특히 토양매개성 기생충, 주혈흡충, 사상충증 등의 소외열대질환(Neglected Tropical Diseases, NTDs) 감염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장애나 사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탄자니아에 속한 빅토리아호수 남부의 코메(Kome) 섬도 소외열대질환으로 고통받는 곳 중 하나다. 굿네이버스는 2009년부터 코메 섬의 아이들과 지역주민들의 의료 지원을 위한 소외열대질환 관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1년에는 보다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위해 소외열대질환 클리닉을 개소했다. 지난 2020년부터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을 받아 민관협력사업의 하나로, 한국건강관리협회와 3년간 20억원 규모의 ‘탄자니아 코메 섬 보건환경 개선을 통한 초등학생 건강증진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코메 섬 내 초등학교 12곳의 아동을 대상으로 영양실조와 빈혈 유병률을 낮추기 위한 급식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구충약, 복합 미량 영양소를 지원했다. 일상생활 속에서 기생충 감염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건인식개선 교육도 병행했다. 학교와 지역사회의 우물과 화장실을 신축 또는 개보수해 안전한 식수위생시설 인프라 구축에도 힘썼다. 이 같은 사업을 통해 지원받은 아동과 주민은 약 4만7000명에 이른다.

지속가능한 사업 진행을 위한 지역사회와 공조도 펼치고 있다. 학부모를 중심으로 학교 자치위원회를 구성하고 급식 사업을 직접 관리 감독할 수 있도록 역량 강화 교육을 실시했다. 식재료 분담 등 지역사회 내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위원회 회의도 열었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정부의 협조 아래 지속적으로 빈혈 및 감염병 치료와 모니터링을 진행하며, 지역주민들이 건강한 일상을 되찾고 지역사회가 주도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4월7일을 ‘세계 보건의 날’로 정하고 있다. WHO는 매년 새로운 주제로 건강 및 보건에 대한 국제적 담론을 제시하며, 지구촌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올해의 주제는 ‘우리의 지구, 우리의 건강(Our Planet, Our Health)’으로 더 이상 지구의 건강과 우리의 건강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절실한 상황이 반영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는 큰 대가를 치렀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볼 기회도 줬다. 환경을 희생시키고 소외계층을 외면하는 자기 파괴적 우선순위는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누구 할 것 없이 모두가 연대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건강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때 ‘우리의 지구, 우리의 건강’이 지켜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정일선 굿네이버스 탄자니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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