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꽃가루 옮기는 새와 벌이 사라진다면… 세계 경제 164조원 손실

가뭄 같은 자연재해나 살충제 사용 등으로 인해 꽃가루를 옮기는 동물·곤충이 사라지면, 세계적으로 연간 최대 1350억 달러(164조원)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일랜드의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 영국 농업환경연구센터 연구진은 최근 이 같은 분석을 담은 ‘세계화와 꽃가루 매개자’ 논문을 ‘사람과 자연’ 저널에 발표했다.

활짝 핀 홍매화에 날아든 꿀벌. /조선DB
활짝 핀 홍매화에 날아든 꿀벌. /조선DB

새, 곤충 등 꽃가루를 옮기는 수분 매개자들이 사라질 경우 세계 식량 시스템도 중대한 영향을 받는다. 수분 매개자의 손실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지역과 그 외 지역 경제에도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 설명이다. 일부 저소득 국가에서는 커피·코코아 같은 수분 작물 수출이 주요 소득원이며, 고소득 국가에서는 지역의 식량 수요를 국제 무역에 의존해 충족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꽃가루 매개자가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를 세 가지로 구분해 작물 생산량과 시장 가격 변화를 추정했다. 첫 번째는 부채가 많은 가난한 나라에서 매개 곤충이 감소하는 경우다. 재정 상태 등이 취약해 꽃가루 매개자 감소에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상정했다. 두 번째는 악천후, 가뭄 등 자연재해의 상황에서 꽃가루 매개자도 줄어드는 상황이다. 세 번째는 화학 살충제 사용량이 많은 경우다.

세 가지 시나리오 모두 영국·독일·일본 같은 대규모 선진국 경제가 가장 큰 경제적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 국가가 받은 피해의 영향력은 다른 국가로 퍼져 나갈 수 있다. 분석에는 세계식량기구(FAO)가 기록한 2005~2015년 140국, 74개 주요 작물의 무역 데이터를 활용했다.

부채가 많은 빈곤국에서 수분 매개자가 사라지면 전 세계적으로 48억~163억 달러(5조8300억~19조8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매개자가 줄어들면 생산량이 줄어들고 가격도 오른다. 피해국은 작물 성격에 따라 다르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드는 가격탄력성이 높은 작물의 경우 피해는 작물 생산국인 빈곤국에 집중된다. 반면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줄지 않는 가격탄력성이 낮은 작물의 경우에는 고소득 국가의 손해가 크다. 이때 생산국인 빈곤국의 상황은 비교적 괜찮다. 수확량 감소로 인한 손해를 상쇄할 만큼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기 때문이다.

자연재해로 매개자가 사라지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고소득, 중상위 소득 국가의 손실이 크다. 연구진은 독일·네덜란드·프랑스 등 고소득 8국의 손실이 전체의 40~61%를 차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면 가나·브라질·콜롬비아 등 일부 국가는 경제적 이득을 얻는다. 세계 경제의 순손실액은 30억5000만~127억4000만 달러(3조7000억~15조4800억원)로 추정했다. 하지만 재난·재해로 인한 충격이 지속하면 피해는 부유한 국가보다 저소득 지역에 집중된다. 피해로부터 회복할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살충제 과다 사용으로 인한 손실은 세 가지 사례 중 세계 경제의 손실이 가장 크다. 전 세계 91~100국이 총 404억~1350억 달러(49조~164조)의 손해를 보게 된다. 손실의 81~88%는 한국·일본·중국·이탈리아·네덜란드 등 작물 생산국인 중상위 소득 국가에 집중된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나라는 중국으로 전 세계 손실의 62~69%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고부가가치 작물을 넓은 지역에서 생산하는 국가는 모든 시나리오에서 경제적 이득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스페인, 미국, 칠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꽃가루 매개자의 손실은 글로벌 공급망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꽃가루받이 작물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개발도상국이 위험에 노출되는 등 세계적인 불평등이 강화할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회복력 있는 식량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고소득 국가가 국경을 넘어 꽃가루 매개자 보호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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