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의 남녀임금 격차가 소폭 줄었으나 여전히 남성은 여성보다 임금을 1.43배 많이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국내 284개 기업 임직원 임금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남성 평균 연봉은 1억140만원, 여성 평균 연봉은 7110만원으로 남성 임금이 약 43%(3030만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는 국내 500대 기업 중 지난 25일까지 남녀 임금을 각각 명시해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남녀 임금격차는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9년부터 매년 조금씩 감소했다. 2019년에는 1.5배(2990만원), 2020년에는 1.47배(2940만원)를 기록했다. 1인당 평균 임금은 2019년 8170만원, 2020년 8430만원, 2021년 9370만원으로 증가했다.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의 평균 임금은 전년 대비 10.5%(960만원), 여성은 13.9%(870만원) 늘었다. 여성의 임금 증가율이 남성에 비해 3.4%p 높은 것은 육아휴직, 유연 근무제 등 일·생활균형 지원제도가 확대되면서 여성 직원의 근무 여건이 일부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CEO스코어는 분석했다. 남성 장기근속 직원의 은퇴도 영향을 미쳤다.
업종별로는 전체 21개 업종 중 18곳에서 격차가 줄었다. 상사 업종이 1.78배에서 1.63배로 0.15배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지주, 건설·건자재, 생활용품, 에너지 업종에서도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컸다. 그러나 운송(0.11배 증가), 식음료(0.03배 증가), 유통(0.03배 증가) 등 3개 업종에서는 오히려 임금격차가 확대됐다.
기업별로는 173곳의 임금격차가 감소했고 96곳에서는 커졌다. 셀트리온헬스케어, 화승엔터프라이즈, 드림텍 등 기업에서 격차가 축소됐다. 씨에스윈드, 세종공업, 지누스 등에서는 임금격차가 도리어 늘어났다.
평균 임금이 1억원이 넘는 기업 수도 성별에 따라 차이가 컸다. 여성 평균 임금이 1억원 이상인 기업은 20곳이었으나, 남성 평균 임금이 1억원을 넘는 기업은 99곳이었다. 지난해 여성 평균 임금이 1억 이상인 곳은 전년 대비 5곳 늘었고, 남성 임금이 1억 이상 곳은 22곳 증가했다.
여성 임금 증가액이 가장 큰 업종은 증권업이었다. 2020년 8740만원에서 지난해 1억760만원으로 2020만원 증가했다. 이어 IT전기전자, 통신, 서비스, 보험 순이었다.
여성 평균 임금은 삼성증권이 1억29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KB금융(1억2600만원), KB증권(1억2600만원), SK텔레콤(1억2000만원), 한국투자증권(1억20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남성 평균 임금은 이베스트투자증권이 2억6000만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메리츠증권(2억4400만원), 카카오(2억1700만원), DL(2억800만원), 삼성증권(1억98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전년도 대비 여성 평균 임금이 증가한 기업은 222곳, 감소한 기업은 47곳이었다. 15곳은 변동이 없었다. 여성 임금 증가액이 가장 높은 기업은 크래프톤으로 2020년 3900만원에서 지난해 9600만원으로 5700만원 증가했다. 다음은 DL, 카카오, SK텔레콤, 삼성증권 순이었다. 반면 지누스, 한국콜마, 한온시스템, 엔브이에이치코리아, STX 등은 여성의 평균 임금이 감소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