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기후변화로 인해 각종 질환 발병률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 중 오존농도가 상승하면서 오존 노출에 따른 초과 사망이 2배 이상 급증했다. 폭염·한파로 인한 온열·한랭질환자 수도 2018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질병관리청은 22일 이 같은 내용의 ‘제1차 기후보건영향평가 결과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응급실 감시체계, 건강보험 자료 등을 분석해 최근 10년간의 건강 질환을 ▲대기질 ▲기온 ▲감염병 등 3개 부문으로 나눠 평가했다.
오존 농도는 기후변화에 따라 여름철이 길어지고 기온이 높아질수록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 중 연평균 오존농도는 2010년 35.8ppb에서 2019년 45.0ppb로 증가했다. 오존의 단기 노출에 따른 초과 사망자는 2010년 1248명에서 2019년 2890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초과사망은 일정 기간에 통상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 수준을 넘는 사망자가 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질병관리청은 “대기 중에 오존이 과도하게 존재할 경우 눈, 코, 호흡기 등을 자극한다”며 “호흡곤란, 기관지염, 폐기종, 가슴 통증 등의 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5년 26.3㎍/㎥에서 2019년 22.4㎍/㎥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초미세먼지 장기 노출에 의한 사망자 수는 2015년 2만4276명에서 2019년 2만2053명으로 소폭 줄었다.
이상기온에 따른 온열·한랭질환자도 많았다. 온열질환은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으로 열사병과 열탈진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온열질환으로 인한 응급실 방문자와 입원환자, 사망자는 2018년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응급실에서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4526명으로 최근 10년간(2011~2020) 평균 환자 수 1537명의 약 3배에 달했다. 온열질환 입원환자와 사망자는 각각 4035명, 170명으로 평균을 웃돌았다. 2018년 폭염일수는 31일이었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폭염일수는 14일이었다.
2018년에는 한랭질환자도 많았다. 한랭질환은 저체온증, 동상, 동창 등이다. 2018년 한파일수는 12일로, 최근 8년간(2013∼2020) 연평균 한파일수(5.8일)의 2배 이상이었다. 한랭질환으로 인한 응급실 방문자는 2247명, 입원환자 수는 1066명이었다.
온열·한랭질환자는 주로 65세 이상 노인과 남성이었다. 온열질환 사망자의 68.5%, 한랭질환 사망자의 48.1%가 65세 이상이었다. 남성은 온열질환 사망자의 61.9%를 차지했다. 한랭질환 사망자 중에서도 남성의 비율은 전체의 68.3%였다.
질병관리청은 기온상승과 빈번한 폭우가 감염병 매개체의 성장·발달 속도에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기후변화에 따라 매개체의 지리적 범위, 서식밀도, 노출빈도 등이 바뀔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장감염 입원자는 2010년 6.1명에서 2019년 10.1명으로 약 1.7배 증가했다. 특히 캄필로박터균 감염증 신고자는 2015년 664명에서 2019년 3412명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캄필로박터균은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전파하고 발열·설사·구토·권태감 등의 증상을 발현시킨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변화가 진드기매개 감염병의 유행 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유의미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우리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정리한 것”이라며 “기후변화 적응대책은 범사회적 과제인 만큼 관련 기관 간 협력, 연구개발 활성화를 통해 국가 기후 보건정책에 대한 과학적 근거자료 생산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