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이 시기까지 200만개 넘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대 산하 정치경제연구소(PERI)는 17일 ‘한국 에너지 대전환의 일자리 창출 효과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의뢰로 진행된 연구로, 앞서 한국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 정책과 인력 수요 예측 통계, 고용노동 통계 자료 등을 분석에 활용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약속한 대로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에너지 효율 제고, 재생에너지원 개발을 위해 적절히 투자할 경우 2030년까지 81만~86만개, 2031~2050년 90만~120만개 등 최대 206만개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120만개는 경제활동인구 2840만명의 4%에 해당하는 규모다(2020년 기준).
가장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분야는 재생에너지 산업이다. 2030년까지 최대 61만개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 또 건물 개조와 전력망 업그레이드, 산업 기계, 대중교통, 친환경 자동차 제조 같은 부문의 에너지 효율 제고로 18만개 일자리가 생성될 수 있다.
다만 화석연료와 원자력,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에서는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30년까지 연간 약 9000명, 2031~2035년에는 연간 약 1만4500개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구체적으로는 윤석열 당선자 공약에 따라 2035년 내연기관 자동차 신규 등록을 금지하면 2031~2035년 자동차 부문에서 연간 약 1만1500개 일자리가 감소하게 된다. 같은 기간 탈원전 기조 유지 시 원자력 발전 부문에서 연간 약 3000개 일자리가 줄어든다.
김지석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에너지를 전환하면 전체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 기후위기 대응과 경제 활성화에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화석연료와 내연기관차 관련 산업에서는 고용 유지가 어려운 만큼, 일자리를 잃게 될 노동자의 전직을 지원하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확대 보급이 기존 에너지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타격받은 노동자들에게 대체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녹색 경제로 전환하면서 일자리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2년부터 2030년 사이에는 한국 잠재 GDP 중간값의 3.6%인 78조원, 2031년부터 2050년 사이에는 한국 잠재 GDP 중간값의 1.4%인 44조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2030년까지 필요한 78조원 중 18%인 13조9000억원을 ▲화석연료 보조금 ▲정부 예산 일부 전환 ▲탄소세 부과 등 통해 마련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나머지 64조원은 ▲녹색채권 보조금 제도 ▲탄소 배출 부담금 ▲에너지 효율 증대와 재생에너지 사용 장려 ▲화석연료 소비 감축에 관한 규제 등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