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소비자원 “시·청각 장애인, 모바일 앱 접근 여전히 어려워”

시·청각 장애인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 일상적인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쇼핑, 배달,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앱들은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였다.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은 23일 “소비생활과 밀접한 모바일 앱 16개를 대상으로 ‘장애인 편의 제공실태’를 조사한 결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체 텍스트’나 청각장애인을 위한 ‘폐쇄자막’이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들고 있는 손 /픽사베이
/픽사베이

대체 텍스트란, 온라인에 게시된 이미지를 시각장애인이 보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도록 묘사하는 글이다. 대체 텍스트가 제대로 입력돼 있으면 개인 스마트폰에 설치된 화면 낭독기 애플리케이션이 텍스트를 음성으로 읽어준다. 폐쇄자막은 청각장애인을 위해 실시간으로 모든 음성을 문자로 지원해주는 서비스다. ‘점점 커지는 발걸음 소리’와 같이 대사 외의 소리까지 자막으로 설명한다.

이번 조사는 쇼핑앱 9개, 배달앱 3개, 동영상 스트리밍 앱 4개를 대상으로 시행됐다. 쇼핑앱과 배달앱은 대체 텍스트를 적절히 갖췄는지, 동영상 스트리밍 앱은 폐쇄자막을 제공하는지 확인했다. 쇼핑앱은 조사대상 모두 ‘상품 상세 정보’ 페이지의 대체 텍스트가 미흡했다. 상품의 특징, 장점 등을 담은 이미지를 자세히 묘사하지 않고 ‘상품 상세 이미지’라고만 읽어주는 식이었다.

배달앱도 3개 모두 결제 페이지 카드등록 절차에서 대체 텍스트가 지원되지 않았다. 카드번호 입력을 위해 보안키패드를 누르면, 숫자를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버튼’과 같은 의미 없는 정보를 전달했다. 2개 앱에서는 음식 상세 페이지에서 ‘주문 수량’ 버튼과 ‘사이드 메뉴 선택’ 버튼에 대한 대체 텍스트가 없었다.

조사 대상인 동영상 스트리밍 앱은 4개 중 1개만이 동영상 콘텐츠 대부분에 폐쇄자막을 제공하고 있었다. 나머지 3개 앱은 일부 콘텐츠만 대사를 자막으로 제공했다. 대사 외 소리에 대한 자막은 없었다.

실제로 소비자원이 시각장애인 193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앱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2.2%가 ‘상품과 서비스 정보 확인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이유로는 ‘대체 텍스트 미제공’이라는 답변이 67.4%로 가장 많았다. ‘결제 단계’에서 불편을 겪었다는 응답은 88.6%였다. 구체적으로는 ‘지나치게 복잡한 화면 구성(56.4%)’ ‘대체 텍스트 미제공(55.4%)’으로 인해 결제가 쉽지 않다고 했다(중복 응답).

소비자원은 장애인의 모바일 앱 접근성 향상을 위한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내년 초 시행되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유·무선 정보통신에 접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소비자원은 “이 법안에서 규정하는 ‘편의 제공 행위자’에 소비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모바일 앱 운영 사업자도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원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앱 운영 사업자들에게 대체 텍스트와 폐쇄자막 제공을 강화할 것을 권고할 예정이다. 관련 부처에도 VOD·OTT 콘텐츠의 폐쇄자막 제공 의무화와 같은 제도 개선을 건의한다는 계획이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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