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민주주의 성숙도가 세계 167국 중 16위로 전년도보다 7계단 상승했다. 다만, 전 세계 전반적인 민주주의 수준은 후퇴했다. 코로나19로 각국 정부가 이동제한, 백신 접종 의무화 등 정책을 펴면서 개인의 자유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부설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10일(현지 시각) ‘민주주의 지수 2021’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EIU는 2006년부터 매년 세계 주요 국가의 ▲선거과정과 다원주의 ▲정부기능 ▲정치참여 ▲정치문화 ▲국민자유 등 5개 영역을 평가해 민주주의 발전 수준 점수를 매긴다. 8점 이상은 ‘완전한 민주국가’, 6점 초과 8점 이하는 ‘결함 있는 민주국가’, 4점 초과 6점 이하는 ‘혼합형 정권’, 4점 미만은 ‘권위주의 체제’로 분류한다.
올해 우리나라는 선거과정과 다원주의 9.58점, 정부기능 8.57점, 정치참여 7.22점, 정치문화 7.5점, 국민자유 7.94점을 받아 평균 8.16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보고서에서는 8.01점을 받아 23위에 올랐으며, 5년 만에 결함 있는 민주국가에서 완전한 민주국가로 합류했다. 우리나라는 2008년 이후 계속 완전한 민주국가로 평가받았지만,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결함 있는 민주국가’로 강등됐다.
전체 국가 중에는 완전한 민주국가가 21국, 결함 있는 민주국가 53국, 혼합형 정권 34국, 권위주의 체제 59국으로 나타났다. 상위권은 주로 북유럽 국가들이 차지했다. 1위에는 2년 연속 노르웨이(9.75점)가 올랐다. 다음은 뉴질랜드(9.37점), 핀란드(9.27점), 스웨덴(9.26점), 아이슬란드(9.18점), 덴마크(9.09점), 아일랜드(9점) 순이었다.
아시아에서는 대만과 한국, 일본만이 완전한 민주국가로 평가됐다. 대만은 8.99점으로 8위에 올라 아시아권에서 가장 순위가 높았으며, 일본은 8.15점으로 우리나라보다 한 단계 아래인 17위를 기록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코스타리카와 우루과이 2국, 아프리카에서는 모리셔스 1국이 완전한 민주국가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다. 보고서는 “완전한 민주국가로 분류된 대부분 국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이라며 “경제 수준이 민주주의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165위에 올라 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최하위 등수를 벗어났다. 북한의 점수는 1.08점으로 전년과 같았으나, 쿠데타 이후 2년째 군사정권의 폭정이 이어지는 미얀마(1.02점),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재집권한 아프가니스탄(0.32점)의 점수가 급락해 꼴찌를 면했다.
전체 조사대상국 평균 점수는 5.28점으로 집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전년보다 0.09점에 하락한 점수다.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10년을 제외하고는 유례가 없는 하락폭”이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한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이 봉쇄와 여행 제한 등 방역 조치를 취하면서 개인 자유를 제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살고 있는 세계 인구 비율은 45.7%이었고, 이 중 완전한 민주주의를 누리는 인구는 6.4%에 불과했다. 세계 인구의 3분의 1 이상은 권위주의 체제 아래 살고 있었다. 보고서는 “이 가운데 상당수는 중국에 거주 중”이라며 “중국은 점점 부유해지고 있지만, 민주주의적 관점에서는 오히려 덜 자유로워졌다”고 지적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