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20대 1000명에게 물었다 “정치에 관심있습니까?”

더나은미래×뉴웨이즈 공동기획
[‘젊치인’ 전성시대]
(1) 20대는 정치에 관심없다?

올해는 정치적으로 분주한 해다. 상반기에만 제20대 대통령 선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잇따라 치른다. 굵직한 선거를 앞두고 정치계에서는 ‘20대’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선거의 승부는 전 세대에서 부동층이 가장 많은 20대가 판가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20대 의중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이들은 보수·진보 등 정치 이념보다 환경·젠더·일자리 같은 현실적인 사안에 집중한다. 더나은미래는 청년 정치인 육성 비영리단체 뉴웨이즈와 함께 정치에 대한 20대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의뢰했다. 지난달 23일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에서 진행한 이번 설문은 전국 19~29세 100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젊치인’ 전성시대] (1) 20대는 정치에 관심없다?
그래픽=Winterdeer.Arts

알고 보면 정치적인 세대

먼저 얼마나 정치에 관심 있는지부터 물었다. 첫 문항 결과부터 예상 밖이었다. 절반이 넘는 55.2%가 ‘관심 없다’고 했다. ‘전혀 없다’(23.3%)고 답한 응답자 수는 ‘매우 많다’(5.3%)보다 4배 많았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이유로는 ‘정치가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져서’(26%) ‘정치로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치가 없어서’(25.8%)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이 없기 때문’(23.4%) 등을 꼽았다.

20대에게 정치는 ‘가성비’가 떨어진다. 정치 사안마다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데다가, 쉽게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딱히 뜻이 맞는 정당이나 정치인도 없다. ‘정치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58.8%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이들을 ‘정치에 관심 없는 세대’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정치 참여의 시작은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선거다. 20대 투표율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2007년 17대 대선만 하더라도 20대 투표율은 46.6%로, 전 세대 중 꼴찌였다. 이후 2012년 18대 대선에서 68.5%, 가장 최근인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76.1%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20대 투표 참여율은 30대(74.2%), 40대(74.9%)보다 높았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7.9%가 올해 대선에 투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올해 치러질 두 선거에서 ‘캐스팅 보터’로서 존재감이 확실한 이유다.

전문가들은 20대의 주요 특징으로 ‘실리성’을 꼽는다. 어느 세대보다 현실적으로 사안을 판단한다는 분석이다. 명분이나 이념보다는 자신과 주변인, 일상의 일들에 관심이 많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성격 테스트 ‘MBTI’ 열풍도 이를 반영한다. 내가 몰랐던 나의 성격과 취향을 탐구하는 과정이 이들에겐 하나의 놀잇거리다.

[‘젊치인’ 전성시대] (1) 20대는 정치에 관심없다?
그래픽=Winterdeer.Arts

이현우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대는 기존의 복잡한 정치적 용어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도 이 같은 특성이 나타났다. ‘정치에서 가장 관심을 갖는 내용’에 대해 응답자의 41.9%가 ‘기후, 코로나, 젠더, 취업 등 특정 주제와 관련된 정책’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 활동’이라는 답은 각각 24.8%, 23.9%에 그쳤다.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로는 ‘정치가 내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쳐서’(27.9%) ‘정치로 변화를 만들기 위해’ (24.1%)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이 있어서’(18.9%) ‘정치 자체에 흥미가 있어서’(16.7%)는 후순위에 머물렀다.

정치의 개념을 ‘사회의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것’으로 넓히면 20대는 이미 정치적인 세대다. 자신의 삶과 직접 연관된 이슈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세상을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행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의 특징 중 하나는 기성 정치와의 거리 두기다. 박혜빈(20)씨는 “뉴스를 보면 정치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기보다는 어른들의 힘 싸움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대들은 정치에 무심한 듯 보여도 일자리, 부동산, 환경 등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며 “관심의 초점이 달라졌을 뿐 20대가 완전히 탈정치화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젊은 정치인 등장할 수 있을까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 투표 참여 의사도 물었다. ‘두 선거 모두 참여하겠다’는 응답이 61.6%로 가장 높았다. 특이한 점은 ‘지방선거만 참여하겠다’(17.4%)는 응답이 ‘대선만 참여하겠다’(16.3%)는 응답보다 많았다. 보통 투표율은 대선, 총선, 지방선거, 재보선 순으로 낮아지는데 이와 반대였다.

해당 문항을 정치에 관심이 있는 집단과 없는 집단으로 나눠서 다시 들여다봤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응답자들은 ‘대선만 참여한다’(18.5%)는 응답이 ‘지방선거만 참여한다’(16.5%) 높았다. 반대로 정치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자들은 ‘지방선거만 참여한다’(18.4%)는 응답이 ‘대선만 참여한다’(13.5%)보다 높았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후보 선택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항을 꼽는 질문에는 ‘더 나은 사회에 대한 비전과 목표’ ‘후보의 경험이나 문제 해결 역량’ ‘후보와 나의 관심 주제·가치관 일치’가 꼽혔다. ‘정책·공약’ 항목은 대선에선 5위, 지방선거에선 6위에 머물렀다. 정당과 이념은 모두 7위였다. 임현정(23)씨는 “멋진 공약은 누구나 낼 수 있지만, 모든 정치인이 공약 실천을 위해 노력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누가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알고 싶은데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약은 어차피 슬로건적인 성격일 뿐 유권자들도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에 대한 관심에 따라 후보 선택의 기준이 달라지는지도 확인했다. 관심이 ‘전혀 없다’ ‘별로 없다’ ‘조금 있다’라고 답한 응답자들은 대선과 지방선거 모두 상위 세 가지 항목이 그대로였다. ‘매우 많다’에서는 정책·공약과 정당·이념 선호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만 전문가들은 “규범적으로 옳다고 생각되는 답을 골랐을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20대가 정치 소식을 접하는 경로로는 ‘인터넷 기사’(36.5%)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은 ‘TV 뉴스나 라디오’(23.1%)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 22.3%) 등이었다. SNS로 접하는 정치 소식이 TV 뉴스와 맞먹는 셈이다.

대선 후보들은 젊은 층 공략을 위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는 등 SNS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만 초청할 게스트나 출연할 채널 선택을 두고 또 다른 논란을 부르는 모양새다. 이준한 교수는 “유권자 수준은 높은데, 정치 문화는 그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도덕성이 높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줄 수 있는 정치 리더가 많이 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선과 함께 치르는 재보궐선거부터 만 18세 이상 국민이라면 누구나 국회의원, 지방자체단체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며 “어릴 때부터 정당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민주 시민 교육을 강화하는 등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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