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6일,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의 엘리베이터가 봉쇄되는 사건이 있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멀쩡히 작동되던 엘리베이터가 갑작스레 봉쇄된 까닭은 바로 장애인단체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 때문이었다. 장애인들이 시위를 진행해 역사를 혼란스럽게 만드니 아예 시위가 불가능하도록 장애인들의 필수 이동 수단인 엘리베이터를 막아버린 것이다. 이 사건을 접한 많은 이들이 봉쇄 조치에 대해 화를 내며 이의를 제기했다. 장애인 당사자인 나도 이 사건에 대해 한마디 덧붙이려 한다.
먼저 엘리베이터 봉쇄의 의도가 악질적이며 노골적이라고 생각한다. 혜화역 측에선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시설물을 보호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봉쇄했다고 밝혔다. 그들이 말하는 시민의 범주에 이동권 보장을 주장하는 장애인들은 포함되지 않다는 것이 충격을 받았다. 시설물을 보호한다는 표현도 불쾌했다. 장애인들을 공공에 해를 입히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들처럼 묘사했기 때문이다.
혜화역은 다른 역들보다 장애인들에게 각별하다. 혜화역 인근에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노들장애인야학, 서울대학교병원 등이 있다. 특히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은 봉쇄당했던 혜화역 2번 출구 엘리베이터에서 도보 1분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장애인이 다양한 목적으로 혜화역을 찾는다. 심지어 봉쇄 당일인 12월 6일에는 ‘무장애예술주간’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예술을 즐기기 위해, 공부를 하기 위해, 진료를 받기 위해 혜화역을 찾은 수많은 장애인의 이동권을 강제로 빼앗아버린 그날의 봉쇄 조치를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시위는 주로 유동 인구가 많은 출근 시간대나 주말에 이루어진다. 이에 대해 ‘왜 굳이 제일 바쁜 시간대에 시위하느냐?’ 라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은 시간대에 시위를 진행하면 그만큼 시위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다. 물론 시위로 인한 열차 지연 등으로 불편을 겪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짧은 불편함의 순간이 더 큰 불편함과 위험을 감수하다 지치고 죽어나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상기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는 시설과 제도의 문제점 때문에 초래된 결과물이다. 이런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자신의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는 장애인들을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세우는 분위기가 안타깝다.
모두가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고 이야기하는데, 과연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들어주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 나라를 선진국이라 부를 수 있을까?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사회적 약자의 복지와 인권 보장에 지금보다 더 신경을 쓰고 적극적인 변화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유지민(서울 강명중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