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의 사망 1주기를 앞두고 이주노동자단체들이 국내 이주노동자의 거주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이주노동자평등연대는 14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정부는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제로는 얼마나 개선됐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20일 이주노동자 속헹은 경기도 포천의 한 숙소용 비닐하우스 구조물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이 지역에는 한파 특보와 함께 영하 20도의 맹추위가 닥쳤으나, 난방 설비 없이 버텨야 했다. 또 5년 가까이 일하면서 직장 건강검진을 한 번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주노동자평등연대는 “이주노동자를 둘러싼 법과 제도, 정부 정책, 사업주 행태 등 모든 것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사업장 변경을 막는 제도, 열악한 노동 환경, 미흡한 의료 지원 등 총체적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당시 정부는 불법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는 농가에 신규 이주노동자를 고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외국인근로자 기숙사 정보 제공에 관한 규정’을 내놓았다. 하지만 핵심 쟁점이었던 가설건축물 축조 신고필증과 건축물 대장상 주거시설임을 증명하는 서류 제출에 대한 사업주 의무가 빠졌다. 해당 규정은 오는 16일부터 시행된다. 단체들은 “현실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며 “이제라도 사업주가 가건물 숙소를 운영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고, 이주노동자의 근로 환경을 개선하는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열악한 숙소를 제공하면서 이주노동자에게 1인당 월 수십만 원을 요구하는 ‘숙식비 징수지침’을 폐지할 것을 요구한다”며 “여전히 추위를 견디며 가건물에서 버티는 이주노동자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 달라”고 강조했다.
숙식비 징수지침은 사업주가 이주노동자의 월급의 일부를 숙식비로 공제할 수 있도록 한 업무지침이다. 농촌 지역 이주노동자들에게 열악한 주거시설을 제공하면서 과도한 비용을 공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됐지만 취지와 달리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날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항의서한과 종합대책 요구서가 담긴 의견서를 청와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