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랩. 남은 밥이나 반찬을 그릇째로 냉장고에 보관할 때 간편하게 감싸는 데 쓴다. 밀가루 반죽을 숙성시키거나, 생고기를 보관할 때도 쓰이는 등 사용처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다 쓰고 난 비닐랩은 어떻게 버려야 할까. 비닐랩의 대표적인 브랜드인 ‘크린랲’을 기준으로 보면, 사용한 비닐랩은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 포장 상자는 커터 날을 제거한 뒤 캔류로 버리고, 비닐랩이 말려 있던 심지는 기타 종이류로 버린다. 포장 상자나 심지가 음식물로 오염된 경우에는 잘라내고 배출해야 한다.
쓰레기를 잘 버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전’이 나왔다. 가전·전자 제품부터 인테리어 제품, 생활용품, 스포츠용품, 배달 음식 용기까지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300개 품목의 분리배출하는 요령을 담았다. 분리배출 요령은 ‘비우고, 씻고, 분리하고, 섞지 않는다’는 분리배출 4대 원칙을 따랐다. 또 5~6세 아동들도 따라 할 수 있도록 분리배출 전 과정을 그림으로 그려 표현했다. 분야별, 가나다순으로 정리해 사전처럼 쉽게 분리배출 방법을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018년 기준 국내에서 매일 발생하는 쓰레기양은 약 43만t.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국민 1인당 929.9g 수준이다. 이렇게 버려진 쓰레기는 1년에 1억5700만t에 달한다. 쓰레기 매립지의 용량은 28%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이대로면 2024년에는 수도권 매립지가 쓰레기로 가득 차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개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잘’ 버리기다.
쓰레기 사전은 소비자들이 잘 알지 못했던 분리배출 방법들을 꾹꾹 눌러담은 책이다. 태블릿PC, 마우스, 키보드 등 작은 전자 제품은 동주민센터나 구청 등에 설치된 ‘폐소형 가전 수거함’에 버려야 한다. 이런 전자제품이 5개 이상 모이면 지자체에 폐가전제품 무상 방문 수거를 요청할 수도 있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이 남으면 약국이나 보건소의 폐의약품 수거함으로 버려야 한다. 불연성 쓰레기인 아령은 철물점 등에서 구매할 수 있는 불연성 쓰레기봉투인 특수마대에 담아 배출해야 한다.
저자인 안지훈 소셜혁신연구소장은 6명의 연구원과 함께 6개월 동안 모든 상품을 직접 구해 분리배출해 본 내용을 책으로 엮어냈다. 사진도 직접 찍었다. 책에 나온 물건들은 품목별 인기 상위 브랜드 제품들이다. 인기 있는 브랜드일수록 판매량이 많고, 쓰레기로 배출되는 양도 많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브랜드명도 직접적으로 노출했다. 안지훈 소장은 “생산자들에게 그들이 만들어내는 상품이 얼마나 분리배출이 어려운지를 알려주고 싶어 책을 펴냈다”고 말했다.
일반 도서처럼 차례대로 쭉 읽어내려갈 필요는 없다. 백과사전처럼 필요할 때 궁금한 내용을 찾아 읽어보면 된다. 자녀와 함께 올바른 분리배출을 교육하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 주민들에게 분리배출 요령을 안내하기 위한 홍보나 기업 내 분리배출 안내에도 쓰일 수 있다. “지금 여기 나비의 날갯짓으로 지구 반대편에 태풍을 만들어 보자”는 저자의 말처럼 지구를 구하기 위한 작은 행동의 길잡이가 될 책이다.
김지강 더나은미래 기자 rive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