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박란희 편집장의 선진 NGO 견학] ② 전문성·역량 갖춘 지원 조직… 이들이 많을수록 비영리단체도 성장

[박란희 편집장의선진 NGO 견학] ② NPO를 위한 중간 지원 기관
비영리단체 지원하는 카프… 교육과 리서치, 캠페인 통해 시민사회 성장시키는 역할
NPO 연합해 모니터링 하고 책임 있는 기업에 투자 권유
비영리단체 전체의 생태계 키우고자 하는 노력 보여줘

NPO(비영리단체)를 지원하는 NPO. 지난달 24일 방문한 카프(CAF·Charities Aid Foundaiton)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카프의 역사는 80년에 달한다. 카프은행을 운영하고, 소셜벤처 투자를 하며, 비영리단체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직원은 500여명에 달하고, 연간 1조원 이상의 사업을 벌인다. 컨설팅 그룹을 10개 운영하며, 9개국에 해외 사무소를 두고 있다. 에이미 클라크 자문팀장은 “우리의 파트너는 대기업, 고액기부자, 비영리단체들”이라며 “교육과 리서치, 캠페인 등을 통해 시민사회와 제3 섹터를 성장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기브 잇 백 조지(Give it Back, George·돌려줘 조지)’ 프로젝트는 최근 카프에서 벌인 대표적 캠페인이다. 작년 3월, 영국 정부는 자선단체에 기부할 경우 제공해왔던 소득세 감면 혜택(Gift Aid)에 대해 한도액을 정한다고 발표했다. 당장 “고액 기부자들의 기부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반발이 제기됐다. 국제정책 캠페인팀 아담 피커링씨는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보니, 7%의 고액 기부자들이 영국 기부액의 45%나 되는 돈을 기부하고 있으며, 기부자들에게 여론조사를 해봤더니 이번 발표로 인해 기부금이 5억파운드(약 8500억)나 줄어드는 걸 알 수 있었다”며 “7번의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18차례나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정부 부처 장관들과 10차례 미팅을 가졌으며, 1161개 비영리단체들의 서명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이번 정책을 철회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뿐 아니다. 카프는 기부에 대한 전문가 자문 서비스, 컨설팅, 평가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에이미 클라크 자문팀장은 “경기가 나빠져 보조금이 끊어져도 비영리단체가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재무 컨설팅을 하기도 하고, 대기업 및 유명 인사들이 비영리단체에 재능 기부를 할 수 있도록 브리지 역할도 한다”며 “최근에는 비영리단체를 위한 마스터클래스 형태의 4~5일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① 옥스팜 입구의 모습. 자선의 역사가 100년을 넘은 영국은 비영리 단체들의 컨설팅, 정보교류, 네트워크, 모금 캠페인 등을 돕는 다양한 중간지원기관이 활성화돼 있었다. ② 지난 9월 말 카프(CAF)를 방문한 24개 국내 NPO단체 관계자들. 이번 연수는 한국국제교류재단 후원으로 한국NPO공동회의가 '모금마케팅 및 국제개발협력'을 주제로 진행됐다. /공공연수 제공
① 옥스팜 입구의 모습. 자선의 역사가 100년을 넘은 영국은 비영리 단체들의 컨설팅, 정보교류, 네트워크, 모금 캠페인 등을 돕는 다양한 중간지원기관이 활성화돼 있었다. ② 지난 9월 말 카프(CAF)를 방문한 24개 국내 NPO단체 관계자들. 이번 연수는 한국국제교류재단 후원으로 한국NPO공동회의가 ‘모금마케팅 및 국제개발협력’을 주제로 진행됐다. /공공연수 제공

◇컨설팅 회사, 협회, 투자 회사 등 비영리단체 지원 조직 다양해

영국에서 통계와 연구 조사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인 모금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비결은 바로 비영리단체를 위한 중간 지원 조직이 활성화된 데 있었다. 기부와 모금 환경을 분석해주는 컨설팅 회사, 정보 교류와 네트워크를 도와주는 협회, 공익 목적의 사회 책임 투자 등 비영리단체의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시켜주는 기관이 많았다. 이를 통해 비영리 섹터는 때로 공통의 목소리를 내고, 때로 치열한 경쟁을 하며 선순환을 이뤄가고 있었다.

본드(BOND)는 국제 개발 협력을 하는 NGO 400곳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협의체다. 이곳은 지난 6년간 ‘원조 효과성’에 대한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영국의 국제개발부(DFID) 및 코믹 릴리프(Comic Relief), 빅로터리(The Big Lottery) 등의 기업이 기금을 내놓고, 100여곳의 NGO에서 자료를 제공하고, 관련 연구자 300여명이 참여했다. 국제 개발 협력 사업에 대한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어떤 지표를 쓸 수 있을지를 수집·정리한 ‘임팩트 빌더(Impact Builder)’, 온라인에서 직접 사업에 대한 평가를 해볼 수 있는 ‘헬스 체크 리스트’ 등을 만들었다.

마이클 라이트 커뮤니케이션팀장은 “국제 개발 협력 분야는 변화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각 비영리단체가 어떤 프로그램을 이용하는지, 사업의 성과 측정을 위한 지표가 뭔지, 사업의 최종적인 임팩트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규칙을 공유하고 합의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영국의 까다로운 기부자들은 점점 ‘내 돈을 갖고 뭘 한 거냐’는 질문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 답을 구하기 위해 NGO들끼리 협력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본드 측의 설명이다.

본드의 회원 단체들은 국제 개발 협력 사업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공동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마이클 팀장은 “특히 세금과 법안 등 비영리단체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대해 한목소리를 낸다”며 “최근 비영리단체의 합법적 로비를 축소하는 법안이 NGO들과 전혀 상의도 않고 통과되면서, 이 법안 반대를 위해 협의체들과 비영리단체 싱크탱크 등이 모두 뭉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리 모금 에이전시 활용, 때로 부작용도

영국에선 비영리단체를 위한 각종 컨설팅을 제공하는 에이전시도 많다. 옥스팜의 후원자 발굴 담당인 사라 프라이크 매니저는 “거리 모금을 할 때는 전문 에이전시를 이용하고, 이 에이전시는 전문 거리 모금원들을 채용해 교육하고 현장으로 내보낸다”고 말했다.

심지어 영국에선 서로 다른 비영리단체에서 동일한 거리 모금 에이전시를 이용하다 보니, 동일 인물이 며칠 만에 다른 비영리단체의 조끼를 입고 거리 모금을 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진다고 한다. 이 때문에 비영리단체 직원들은 거리 모금을 체크하기 위해 ‘암행어사’역할도 한다.

영국에서 사회 책임 투자를 맡고 있는 공혜원 애널리스트(WHEB Asst Management)는 “NGO끼리 뭉쳐서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활동을 소홀히 하는 회사별 랭킹을 매기고, 비영리단체 ‘카본 디스클로저 프로젝트(CDP·Carbon Disclosure Project)’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들의 탄소 배출 정보를 공개하는 등 NPO들이 연합한 모니터링 활동도 활발하고 목소리도 크다”며 “투자자들에게 사회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할 것을 권유하는 사회책임 투자도 활발하고, 사회책임 우수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기업들은 그것으로 브랜드 마케팅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를 위한 컨설팅 회사 엔에프피시너지(nfpSynergy) 조 색스턴 대표는 “TV 광고, 길거리 모금, 기업 모금, 이벤트, 자선 가게 운영, 유산 기부, 고액 기부, 정부나 재단 보조금 등 비영리단체들의 펀드레이징 방법은 무척 다양하다”며 “좋은 결과를 원할수록 전문성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 전체의 생태계를 키우려는 노력, 영국에서 배운 소중한 교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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