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가치와 금융자본을 극대화하는 기업의 ‘낡은 규칙’은 깨졌습니다. 이제 기업은 내부 변화를 주도하는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고, 생태계·사회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는 목적을 마련해야 합니다.”
28일 유튜브로 중계된 ‘2021 넥스트 임팩트 콘퍼런스(Next Impact Conference)’ 첫 세션 기조연설을 맡은 주디 새뮤얼슨 아스펜연구소 부소장이 ‘ESG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싱크탱크 아스펜연구소에서 비즈니스와 사회프로그램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새뮤얼슨 부소장은 “ESG 경영은 ‘과연 기업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대중은 왜 기업에 운영 허가를 내주는지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또 기업이 우리 사회를 위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떤 부분을 챙겨야 하는지도 중요합니다.”
새뮤얼슨 부소장은 최근 발간한 저서 ‘기업 경영의 6가지 새로운 규칙’에서 기업의 가치는 평판과 신뢰를 비롯한 무형의 요인들이 결정하며, 기업은 주주 가치를 넘어서는 많은 목적에 복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업의 책임은 공급망·생태계·제품의 사용 등으로 확장돼 한정되지 않고, 인적 자원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인재가 기업을 지배하는 시대가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신현상 한양대학교 교수와의 대담에서는 글로벌 ESG 트렌드와 기업 경영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신현상 교수는 “최근 한국에서는 MZ 세대 직원들이 고용주에게 개방적인 소통방식을 강하게 요구하고 기업 내 투명성과 윤리성을 강조한다”며 기업의 CEO가 젊은 직원들과 협업해서 ESG 경영 방식을 구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물었다. 이에 새뮤얼슨 부소장은 “MZ 세대 직원들은 기업 그 자체”라며 “직원들은 고객과 만나는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하는 동시에 회사의 품질을 보증하기도 한다”고 답했다. 또 “CEO들은 직원들이 기업의 위기와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자산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투입되는 비용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새뮤얼슨 부소장과 신현상 교수는 목적성에 기반을 둔 경영 방식에 대한 사례도 소개했다. 새뮤얼슨 부소장은 ESG 경영에 부합하는 기업 목적의 케이스로 머크사의 ‘맥티잔’ 약품 생산을 들었다. 맥티잔은 사상충의 감염·기생으로 발생하는 사상충증을 치료할 수 있는 약품이다. 새뮤얼슨 부소장은 “머크사가 맥티잔을 생산하고 유통함으로써 아프리카의 사상충증 대유행을 막을 수 있었지만, 회사의 손실비용은 엄청났다”며 “공중보건을 위해 혁신적인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한 머크사의 사례는 기업의 목적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사례”라고 했다.
한국의 대기업들에 조언해줄 수 있느냐는 신현상 교수의 질문에 새뮤얼슨 부소장은 “한국은 장기적인 경제 상황을 계획하고 그에 대비할 수 있다는 역량이 있다고 믿는다”며 “지금이 기회고 이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