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하는 지속가능투자가 급성장하는 가운데 국내 금융사들도 본격적인 ESG 경영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4일 삼정KPMG가 발간한 ‘금융과 ESG의 공존: 지속가능한 금융회사의 경영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지속가능투자 시장규모는 지난 2012년 13조2000억달러(약 1경5000조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35조3000억달러(약 4경400조원)로 8년 새 2.7배 뛰었다.
지속가능투자의 자산 형태를 살펴보면, 2018년 기준으로 주식이 절반을 웃도는 51%를 차지했고 이어 채권 36%, 부동산 3%, PE·VC(사모펀드·벤처캐피탈) 3% 순이었다. 보고서는 “2016년에는 주식과 채권 비율이 97%에 이르렀지만, 점차 부동산이나 사모펀드, 벤처캐피탈 등 부문에서도 ESG 요소를 고려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ESG를 고려한 채권과 대출도 성장세다. 글로벌 ESG채권과 대출을 합친 규모는 2017년엔 2395억달러였는데, 2020년에는 7898억달러로 3년 새 230% 이상 증가했다. ESG 채권 가운데서는 친환경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녹색채권(Green Bond)이 4년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 안전 등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사회문제 해결에 투자하는 사회적채권(Social Bond)의 발행액이 전년 179억달러에서 1551억달러로 9배가량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에서도 지속가능투자는 성장하고 있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국내 주요 연기금의 국내 ESG 투자 규모를 살펴보면 2017년 7조2000억원에 불과했던 시장이 103조원까지 4년 만에 14배가량 급성장했다. 국내에 상장된 ESG 채권 규모도 2018년 말 1조3000억원에서 지난 6월말 124조4000억원으로 약 99배 늘었다.
보고서는 “국내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금융회사들 수준의 ESG 경영전략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기준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의 ESG 평가 대상에 포함된 국내 금융사 32곳 가운데 최고 등급인 AAA를 받은 곳은 없었고, 다음 등급인 AA 를 받은 금융사는 3곳뿐이었다. 글로벌 금융사들 가운데 AAA나 AA를 받은 곳의 비중은 20%에 이른다.
국내 금융사들에 대한 ESG 경영 요구는 점점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부터 국내주식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책임투자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오는 2022년에는 이를 국내외 주식과 채권 운용사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거래증권사 선정 시에도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ESG 공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법인 기준도 점점 낮아지고 있어 2025년이면 지속가능보고서를 의무 제출 금융사는 최소 40여 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국내 금융사들이 지속가능금융에 적응하기 위해 “자사의 비즈니스 전략이나 핵심 역량과 연계된 ESG 경영의 장기 비전과 목표를 수립해 기업의 장기지속성을 도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ESG 위원회 설립 ▲ ESG 비전 설정 ▲ ESG를 고려한 리스크 관리 ▲ ESG 관련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과 고도화 등을 제시했다.
김지강 더나은미래 기자 rive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