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민준 밸리스 공동대표
토종 생물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종. 이른바 ‘생태계 교란종’으로 불리는 동물은 총 18종이다. 그중에서도 배스(Bass)는 산란기에 치어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토종어류 개체 수를 감소시킨다. 지방자치단체는 퇴치사업을 통해 포획한 배스를 퇴비로 만들어 농가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만 생태계 교란 어종으로 분류될 뿐 해외에선 일반 어종이다. 사회적기업 밸리스의 강민준 공동대표는 이 점에 주목했다. 지난 17일 만난 강민준 대표는 “배스를 비롯한 생태 교란종은 풍부한 영양소를 갖고 있지만, 부정적인 인식 탓에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배스에서 추출한 기능성 원료로 반려동물 식품을 만들면 어민 고통을 줄이고 퇴치사업에 투입되는 세금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대학생 시절 뉴스에서 배스라는 어종을 처음 접했어요. 영양가가 풍부해 해외에서 식용으로 들여왔는데, 생태계를 어지럽히면서 정부에서 다시 잡아들인다고 하더라고요. 영양가 높은 생선을 왜 안 먹을까 해서 전문가들에게 물어봤어요. 다들 ‘맛이 없다’고만 해요. 배스를 업사이클하면 팔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강민준 대표는 2016년 8월부터 연구에 돌입했다. 이듬해 2월 배스가 영양학적으로 충분하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는 “배스에는 고양이에게 필수 영양소인 ‘타우린(Taurine)’이라는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면서 “고양이는 타우린을 체내에서 만들지 못해서 반드시 식품으로 채워야 하는데 배스에서 천연 타우린을 추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연 타우린은 굴이나 낙지 등에서도 추출할 수 있다. 다만 100g당 10만원 수준으로 배스에서 추출한 천연 타우린(100g당 8000원)보다 10배 이상 비싸다. 강 대표는 “포획되고 버려지던 배스의 재발견”이라고 했다.
“제품의 상품성이 가장 중요하죠.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소비를 원합니다. 생태교란종을 활용한 식품의 소비가 늘어날수록 발생하는 사회적가치도 커진다고 생각해요.”
국내 반려동물 시장의 규모는 최근 몇 년 새 빠르게 성장해왔다. 반려동물 산업의 약 70%는 사료·간식·영양제 등 식품이 차지한다. 하지만 반려동물 식품의 원료와 사료첨가제는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강 대표는 “생태교란종이 일으키는 사회 문제와 해외 의존도가 높은 사료첨가제 국산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대학교 벤처창업 동아리로 시작한 밸리스는 2017년 5월 법인 설립 절차를 밟았다. 당시 팀 내에 식품전문가는 없었지만 주눅들지 않았다. 사업에 필요한 지식은 전공 교수에게 자문을 얻어 해결했다. “당시엔 방법이 없었어요. 예를 들어 관련 기사에서 한 연구소의 분석이 나오면 전화해서 물어보고, 기자에게 연락한 적도 많아요. 답변은 대부분 안 와요. 그래서 애초에 연락을 많이 하는 거죠. 대학생다운 접근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밸리스는 배스에서 추출한 기능성 원료 개발에 성공한 뒤로 관련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굴 껍데기 업사이클 연구는 현재 진행형이다. “연구·개발에는 끝이 없어요. 올해 5년차에 접어들었는데도 할 일이 많습니다. 생태교란종을 활용한 혁신 제품으로 해외 진출을 이룰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겁니다.”
신지원 청년기자(청세담12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