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생 이후 국내 아동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떨어지고 우울감과 불안감은 높아졌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됐다. 특히 빈곤가구 아이들은 비빈곤가구 아이들보다 덜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3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1 아동행복지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10월부터 2개월간 전국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2학년 아동·청소년 182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 전후 아동 상황을 비교하기 위해 2017년 재단에서 조사한 아동행복지수와 2018년 보건복지부 아동종합실태조사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아동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2017년 7.27점(10점 만점)에서 2020년 6.93점으로 소폭 하락했다. 행복감은 2017년(7.22점)과 2020년(7.24점)이 비슷한 수준이었다. 반면 우울·불안(3점 만점)은 2018년 1.17점에서 2020년 1.24점으로 상승했으며, 걱정(3점 만점)도 1.31점에서 1.56점으로 높아졌다.
평소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아동은 2018년 전체의 1.4%에서 2020년 4.4%로 급증했다. 아동이 스스로 평가한 건강 상태는 2018년엔 5점 만점에 4.4점에서 2020년 3.84점으로 낮아졌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이번 실태조사로 코로나19가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빈곤가구(중위소득 50% 이하) 아이들의 경우 비빈곤가구에 비해 행복감을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곤가구 아동의 행복감은 10점 만점에 6.73점인 반면 비빈곤가구 아동의 행복감은 7.47점이었다. 그러나 빈곤가구 내에서도 수면, 공부, 미디어, 운동 영역의 권장시간을 충족하는 아동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10점 만점에 6.94점으로 그렇지 못한 아동(6.69점)에 비해 더 높았다.
코로나19 이후 가정 내 신체적, 정서적 학대를 경험한 아동은 늘었다. ‘보호자가 회초리 같은 단단한 물건이나 맨손으로 때렸다’ ‘보호자가 욕을 하거나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는 응답은 2018년 대비 각각 4.1%p, 4.0%p 증가했다. ‘보호자가 식사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다’고 답한 아이들도 22.7%로 2018년에 비해 약 6%p 증가하며 코로나19 이후 가정 내 돌봄의 질이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은 “이번 조사 결과로 코로나19 상황 속 아이들의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이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며 “재난 속에서도 우리 아이들의 행복 증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연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kit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