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환승구역에 난민신청자를 방치하는 것은 ‘불법 구금’에 해당한다는 국내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인천지법 제1-2형사부는 지난 1년 2개월간 인천국제공항 환승구역에 갇혀 있던 아프리카인 A씨가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을 상대로 낸 수용 임시해제신청 사건에서 “피수용자 A씨의 수용을 임시로 해제한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난민신청을 했지만 거부당했고, 지난해 2월15일부터 현재까지 약 1년 2개월 가까이 인천공항 환승구역에 방치됐다”면서 “난민신청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환승구역을 벗어날 수 없고 사생활 보호나 의식주, 의료서비스 등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처우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사단법인 두루에 따르면, 난민 A씨는 정치적 박해를 피해 고국을 떠나 인천국제공항으로 지난해 2월15일 입국했다. 당시 출입국사무소는 A씨의 난민신청서를 접수조차 해주지 않았고, 이후 제1번터미널 내 43번 게이트 앞 소파에서 머물게 됐다. 그렇게 400일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이는 지난 2019년 9개월간 공항 노숙 끝에 입국했던 콩고 출신 앙골라인 ‘루렌도 가족’의 공항 체류보다 훨씬 더 시간이다. A씨는 본국에서의 박해를 피해 탈출하는 과정에서 지병을 얻은 상태다. 갑작스러운 탈장 증상으로 공항에서 쓰러지기도 했지만, 병원에서 제대로 된 검사조차 받아보지 못하고 공익변호사들이 전해주는 진통제를 먹으며 버텨왔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공익변호사들은 이번 법원의 판단에 대해 “공항 환승구역에 방치된 난민신청자의 성격을 인신보호법상 ‘피수용자’로 인정한 국내 법원 최초의 사례”라며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인신보호법 제2조는 ‘피수용자’를 자유로운 의사에 반해 국가,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이 운영하는 의료·복지·수용·보호시설에 수용·보호 또는 감금된 사람으로 보고 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수용을 임시 해제하면서 “피수용자에 대한 수용을 계속하는 경우 신체의 위해 등이 발생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피수용자의 현재 상황과 처우, 방치된 기간 등을 비춰 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 또한 인정된다”고 했다.
현재 A씨는 난민신청 접수 거부에 대한 별도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인천지법에서 1심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출입국 측에서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오는 21일 항소심이 선고된다. 이한재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법무부는 수많은 난민신청자를 공항에 장기체류할 수밖에 없도록 제도를 운영해 왔다”며 “난민법상 원칙에 맞도록 신속히 입국시켜 절차를 진행해야 하며, 불가피하게 공항 체류가 발생하더라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처우가 보장되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