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자유 누구나데이터 대표
데이터 분석 기반, 모금·홍보 컨설팅
비영리 업계의 ‘기술 격차 해소’ 기대
소규모 단체 위한 ‘캠페이너스’ 제공
“비영리단체 120곳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지난달 19일, 페이스북에 ‘포기 마요, 캠페이너스’라는 제목의 프로젝트 공고가 올라왔다. 디지털 기술 도입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는 비영리단체들에 데이터 분석 교육을 제공하는 비영리 프로젝트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김자유(27) 누구나데이터 대표는 “빅데이터 시대라는 말이 익숙해진 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많은 단체가 디지털 기술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영리와 비영리, 비영리 업계 내 단체 규모에 따른 기술 격차를 해소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누구나데이터는 데이터 분석 기반으로 모금·마케팅 설루션을 제공하는 소셜벤처다. 김 대표는 비영리 업계의 데이터 전환 활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월 카카오임팩트의 사회혁신가 지원 사업 ‘카카오임팩트 펠로십’ 11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디지털 기술이 시민의 사회 참여 이끈다”
“디지털 기술이 비영리 업계에서 활용될 방법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 모금 캠페인을 진행하면 여러 채널로 홍보하게 되는데, 유입 데이터만으로 가장 효과적인 홍보 방법을 찾을 수 있어요. 참여자의 유입 경로, 시간대, 특성 등을 분석하면 잠재 고객은 어디에 있는지, 어떤 채널을 통한 어떤 메시지가 효과적인지 도출할 수 있죠.”
지난달 25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만난 김자유 대표는 “디지털 기술이 비영리 생태계에 혁신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리 기업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데이터 분석이 유독 비영리 섹터에서 활성화되지 못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그는 “비영리 업계에서는 온라인 마케팅을 여전히 상업적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남아 있다”면서 “비영리 조직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시민의 사회 참여를 더 적극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고 했다.
영리 기업을 위한 데이터 분석 기술은 다양하다. 문제는 비용이다. 김 대표는 “데이터 전환을 시도하려는 의지가 있어도 1000만원 단위로 매겨지는 비용을 감당할 단체는 국내에서도 손에 꼽는다”면서 “누구나데이터에서는 대형 단체에는 맞춤형 데이터 분석을 제공하고, 이제 막 시작하는 소규모 단체에는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는 ‘적정 기술’ 설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누구나데이터는 소규모 단체를 위한 서비스 ‘캠페이너스’를 제공하고 있다. 월 1만5000~3만5000원을 내면 데이터 분석 기능이 탑재된 홈페이지 제작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전문적인 기술이 없는 실무자들도 쉽게 홈페이지를 만들고, 방문자 데이터를 리포트로 뽑아볼 수 있다. 김 대표는 “한 비영리단체 실무자가 캠페이너스를 한글 창제에 빗대면서 ‘디지털 문외한에게 신세계를 열어줬다’고 할 때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누구나데이터의 고객은 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 등 대형 단체를 포함해 500곳이 넘는다.
소규모 단체도 ‘디지털 혁신’ 가능하도록…
김자유 대표의 목표는 비영리 업계에 디지털 혁신을 일으켜 공익 활동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다. 그는 “비영리에 꽂힌 건 고등학생 시절”이라고 했다.
“항상 불만이 많았어요. 그래서 학생회장을 하면 불만이 해소될까 싶었죠. 2학년 때 학생회장을 하면서 두발 규제 같은 교칙을 바꿔나갔죠. 고 3이 되고는 한국고등학교학생회연합회에서 의장을 맡아 학생 운동에 참여했어요. 내 손으로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걸 피부로 느꼈죠. 덕분에 사회를 변화시키는 활동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그는 2011년 대학 입시 거부 운동에 동참하면서 대학에 가지 않았다. 이듬해에는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홍보와 모금을 담당하는 활동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많은 비영리단체가 기부금으로 활동하잖아요. 그만큼 모금이 중요하고요. 그런데 시민단체에서 직접 모금 업무를 맡아보니까 알겠더라고요. 무작정 달려든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요. 모금 성과를 높이려면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는 걸 그때 깨달았어요.”
김자유 대표는 그 길로 디지털 마케팅 공부에 뛰어들었다. 데이터 분석과 관련된 각종 세미나와 강연이 열린다고 하면 열일을 제치고 쫓아다녔다. 2016년에는 빅데이터 분석 기업 ‘데이터리셔스’에 입사해 컨설턴트로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비영리 활동에 대한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결국 그는 2017년 6월 모든 일을 정리하고, 1인 기업 누구나데이터를 창업했다.
“시민단체에 처음 발을 디딘 지 6년 만에 다시 업계를 돌아봤는데, 여전히 데이터 분석을 활용 안 하는 거예요. 진입 장벽도 높을뿐더러 비영리단체 대상으로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없었어요. 그래서 직접 창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자유 대표는 비영리단체 간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구상 중이다. “디지털 시대에 발맞추지 못하는 단체는 사라질 수도 있어요. 그래서 작은 비영리단체도 온라인 모금과 데이터 분석을 도입할 수 있도록 더 쉽고, 더 저렴한 기술을 내놓을 겁니다. 기술 보급이 비영리 생태계의 성장에 보탬이 될 거라 믿어요.”
김지강 더나은미래 기자 rive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