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글로벌이슈] 거세지는 ESG 워싱 논란

/NRDC 제공

휴지와 세제 등을 판매하는 글로벌 기업 피앤지(P&G)가 ‘ESG (환경·사회·거버넌스) 워싱’ 논란에 휩싸였다. 피앤지는 ESG를 강화하라는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지난해 10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캐나다 산림 파괴를 근절하겠다는 내용을 공식화했다. 휴지를 만드는 데 쓰이는 원료인 펄프를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삼림에서 주로 수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앤지는 회사의 ESG 경영 성과를 알리는 별도 홈페이지를 만들고 ‘숲을 보호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회사 광고도 적극적으로 내보내기 시작했지만 환경단체들로부터 ‘실체가 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천연자원보호협회(NRDC, Nature Resources Defense Council)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협회 홈페이지에 피앤지의 ESG 워싱을 지적하는 성명서를 공개했다. NDRC는 “피앤지의 벌목으로 인한 숲 황폐화는 그대로 진행 중”이라면서 “느슨한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며 추상적인 발언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RDC에 따르면 캐나다는 현행법상 벌목이 진행된 자리도 ‘숲’으로 규정한다. 피앤지가 이런 규정을 악용해 벌목은 그대로 진행하면서도 “숲이 지켜졌다”고 광고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피앤지는 벌목 과정에서 주민의 동의를 받는 사전인지동의(FPIC)를 도입하고 있다고 광고하지만, 현지 업자들에게 이를 의무화하지 않아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NRDC는 “최소한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를 속이진 말아야 한다”면서 “피앤지는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글로벌 기업이 ESG 워싱 논란에 휘말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에는 프랑스 석유 기업 토탈(Total)이 비영리단체 그린피스 등으로부터 비슷한 지적을 받았다. 토탈은 지난해 5월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재생에너지 비율을 확대하는 등 석유가 아닌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히며 ESG 경영을 공식화했다. 홈페이지에 ESG 관련 페이지를 개설하고 “MSCI 등 국제 ESG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며 광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린피스와 리클레임파이낸스 등 국제 환경단체는 18쪽 분량의 보고서를 내며 “토탈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를 모아서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130개 국가에서 에너지 사업을 하고 있는 토탈이 유럽 지역만을 대상으로 ‘탄소배출량 제로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토탈이 배출하는 전체 탄소량 중에서 유럽에서 배출되는 양은 13%에 불과하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기업들의 ESG 워싱을 막기 위해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EU)은 344개 EU 기업을 대상으로 각사의 ESG 이행 내용을 알리는 웹사이트나 문서 등을 검토한 결과를 지난 1월 28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절반 이상의 기업들이 소비자들이 확인하거나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었다. 또 이런 기업 중 37%는 ‘친환경’ ‘지속 가능’ 등의 단어를 쓰며 자사의 ESG 이행 내용을 추상적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유럽연합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는 제공하지 않으면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듯한 이미지만 주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유럽연합은 지난달 10일 “기업들이 ESG 관련 정보를 명확하게 공개하고 이를 어길 경우 부정확한 정보로 인한 피해자가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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