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대상이면 기부금품법 대상 아냐
공개된 장소, 불특정 다수 모집일 때 적용
“회원 여러분의 후원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지난 9일 유튜브에 올라온 한 영상 속 코멘트다. 이 영상을 만든 유튜버는 보험 제도 관련 정보를 제공하면서 구독자에게 후원금을 모으고 있다. 각 영상의 설명 글에는 개인 명의로 된 후원 계좌와 함께 ‘후원금 일부는 취약 계층 아동을 위해 쓰인다’는 문구가 남아있다.
유튜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러한 개인 모금은 기부금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경우에는 기부가 아니라 증여에 해당한다. 후원을 요청하는 방식과 절차에 따라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적용받을지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해당하는지 달라지는데, 이 유튜버는 불특정 다수가 아닌 ‘회원’들을 대상으로 후원금을 모집했기 때문에 기부금품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상증세법에서는 ‘증여’를 타인에게 반대급부 없이 재산을 이전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부금품법상 ‘기부’의 개념과 매우 유사하다. 증여와 기부를 구분하는 기준은 모집 행위에 있다. 증여는 재산이 오가는 행위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지만, 기부는 ‘공개된 장소’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금품을 모집할 경우에만 해당한다.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는 “증여라는 개념 안에 기부가 포함된다”며 “쉽게 말해 기부금품을 모금한다는 건 공개된 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나한테 증여해 주세요’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에는 가수 임영웅 소속사가 온라인 팬카페에 임영웅 개인 계좌를 공개하고 후원금을 모집했다가 ‘불법 모금’ 논란에 휘말렸다. 소속사는 ‘모든 후원을 정중히 사절하겠다’고 밝히고 후원 계좌를 폐쇄했다. 이 역시 팬클럽 회원들이 가입한 온라인 팬카페에서 모금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기부가 아닌 증여로 봐야 한다. 기부금품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 모금’이라고 볼 수 없다.
반면 유튜브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후원 계좌를 공개하고 후원을 요청했다면 모두 기부금품법 적용을 받게 된다. 행정안전부 민간협력과 관계자는 “사례마다 법을 적용받는 요건을 하나하나 따져야 하기 때문에, ‘유튜브 후원금’으로 일반화해서 기부금이다 아니다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후원금이 기부가 아니라 증여로 판단되면 후원받은 사람은 증여세를 내야 하며, 기부자는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받을 수 없다.
후원금을 모으는 방식에 따라 기부금품법 적용 여부가 달라지지만 유튜브 후원금을 단순한 ‘증여’로 설명하는 잘못된 정보도 온라인상에 퍼져 있다. 심지어 후원금에 대한 증여세를 계산하는 법을 안내하는 영상도 있다. 현행 기부금품법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 모금할 경우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 처분을 받는다. 이희숙 변호사는 “유튜브에서 이뤄지는 개인 모금 대부분은 기부금품법 적용 대상으로 볼 수 있는데, 고의라기보다 법을 잘 알지 못한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