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최재호의 소셜 임팩트] 경계를 넘어서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혁신’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게 기술의 혁신(Technology Innovation)과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다. 개방형 혁신은 코로나로 인해 촉발된 언택트, 디지털 전환과 함께 기존의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기술, 드론, 자율주행차, 가상현실(VR) 등 신기술의 융합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또 하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게 바로 ‘사회적 혁신(Social Innovation)’이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해결책이 나오고 있다. 사회적 혁신은 정부, 시민사회, 기업 등 섹터 간 경계를 넘어서는 ‘협력’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기꺼이 그 경계를 넘고자 하는 사회혁신가들에 의해 주도된다.

만약 시민사회가 정부를 불신하고, 정부는 시민사회와 소통하지 않으며, 기업의 사회공헌은 더 많은 이윤 추구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있다면 사회혁신적 아이디어의 협력적 성장은 불가능하다. 즉 사회 혁신을 위해서는 섹터 간 경계를 넘어 신뢰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바탕으로 사회구성원 모두가 미래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정부, 기업, 비영리 간 협력을 통한 사회 혁신 사례와 이러한 성공을 가능케 한 사회혁신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 사회에서의 경제적 격차에 따른 교육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버드 출신의 대표들이 모여 2012년 설립한 사단법인 ‘점프’는 당시만 해도 대학생 십여명의 교육봉사 활동이었다. 사단법인 점프는 한국의 ‘Teach for America(교육을 통해 미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대표적인 미국의 교육 관련 비영리단체)’를 꿈꾸며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에 관심이 있는 기업과 사업모델의 정교화를 위해 장학사업에 전문성이 있는 장학단체를 파트너로 참여토록 설득했다. 2013년 점프의 공익적 철학에 공감한 현대차그룹과 서울장학재단의 협력으로 H-점프스쿨 프로젝트가 출범하게 되었고 현재는 서울, 대구, 부산, 강원, 울산, 인천, 상주에서 매년 350명의 대학생 교사를 선발하여 75개소의 지역아동센터 및 학교 청소년들에게 학습 및 정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한민국 대표 교육 격차 해소 모델로 성장하였다. 이뿐 아니라 국내 교육봉사단 운영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20년 8월 베트남 하노이에 ‘현대 점프스쿨 1기’를 출범하여 국내 성공 모델의 해외 진출을 이뤄 내기도 했다. 자원이 부족한 비영리의 한계를 극복하고 끊임없이 사회혁신을 위해 도전하는 점프의 대표와 구성원들은 이러한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또 다른 경계를 넘는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사회문화팀에 몸담고 있던 지난 2016년, 소셜벤처 ‘상상우리’의 대표가 한국 사회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퇴직과 노인 일자리 관련된 논문들을 들고 찾아왔다. 그는 신중년의 재취업과 이를 통한 사회문제 해결이 한국 사회의 미래에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지만, 당시에는 기업이 왜 이러한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해야 하는지 솔직히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이후로도 대표는 수차례 신중년 관련 자료를 보내왔다. 마침내 고용노동부에서도 신중년의 재취업과 일자리 창출에 관심을 가지는 시점과 맞물려서 2018년 현대차그룹의 일자리창출 대표 사업으로 ‘굿잡5060’ 사업이 출범하게 되었다. 굿잡 5060은 50~60대 신중년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고용노동부), 기업(현대차그룹), 공공기관(서울시50플러스재단), 사회적기업(상상우리)이 협력해 만든 일자리 창출 사회혁신 사업이다.

재취업 교육 전문 기관과 기업, 정부의 창의적인 협력을 통해 굿잡5060은 지난해 9월까지 268명의 재취업을 지원하며 취업률 64.7%라는 놀라운 성과를 달성하였다. 평균 나이 55.2세, 평균 23.9년의 경영·영업·금융·정보통신 등 다양한 경력을 보유한 은퇴 인력이 참가하였으며, 취업자의 고용유지율이 81.3%에 달해 취업자뿐 아니라 고용주 입장에서도 신중년의 지식과 경험이 기업 성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만족도가 높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예측해 사회혁신 사업의 스케일업을 이룬 상상우리 대표와 직원들이 바로 경계를 넘어선 사회혁신가들이라고 할 수 있다.

경계를 넘어선 섹터 간 협력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비영리 섹터는 사회문제 해결에 진정성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만 자원과 정책적 수단이 부족하다. 하지만, 영리 섹터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도전적이고 혁신적 모델이 스케일업 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지고 있으며, 정부 등 공공기관 섹터는 이러한 혁신적 모델이 범용화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을 가지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가지고 있는 1·2·3섹터가 협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기술의 전환, 기후의 전환,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변화에서 포용적 성장과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1·2·3섹터 간의 경계를 넘는 창의적인 협력이 절실하다. 또 각기 다른 섹터가 서로 손잡을 수 있도록 촉진자 역할을 하는 우리 사회의 수많은 사회혁신가들의 성장을 위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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